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제비>에서 식사 한 그릇
'서울까지 왔는데, 수제비는 한 그릇 먹어야 하지 않을까?'
장승배기 근처 찜질방에서 눈을 뜬 아침에 생각한 다음 일과였다. 그랬기에 폭풍 검색을 하다가 정말 간단하게 조회가 된 집이다. 이름처럼 '노량진 수제비'이다. 서울에는 맛집도 많은데, 그렇다고 주말에 문을 잘 열어 놓은 맛집은 좀 드물다. 게다가 수제비라면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허탕을 친 전날을 생각하면서 버스를 타고 신대방삼거리역까지 이동했다.
수제비는 꼭 비가 와야 먹는 음식은 아니다. 사실은 입맛이 없을 때 훌훌 떠서 먹기 편하려고 만든 음식인데, 각 지역과 음식점 스타일이 달라지니 다양하게 맛을 보는 재미도 생긴 것이다. 확실히 집에서 먹는 맛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특색 있는 집을 찾아다니면서 수제비 한 그릇을 나눌까 싶다.
그 첫 여정이 서울 동작구에 '노량진 수제비'였다. 그래도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지만, 보리밥이 나온다는 점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과거 내가 자주 먹던 노량진 아파트 지하상가 수제비 집도 꼭 보리밥을 먹었다. 많이 먹는다고 딱히 배가 부를 것 같지 않은 보리밥에 비벼 넣을 콩나물이나 반찬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둘러서 한 숟가락 떠먹는 맛은 확실히 별미였다. 아마도 가난한 자의 메뉴라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닌 것도 먹고 나면 배부른 느낌도 큰 이유였을 것 같다.
너무 이르게 나와서 오픈 11시를 기다리면서 아파트 주변을 걸었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애초에 가질 수 없으니, 마음을 비웠다. 그래도 브랜드 아파트에 역세권이다. 살짝 걷다 보니 아파트 단지 안에도 공원처럼 산책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면서 문을 열자마자 난 수제비 한 그릇을 주문했다. 그리고 주인의 당부처럼 보리밥은 잘 담아 놓고는 주메뉴가 나올 때까지 착실하게 기다렸다.
수제비는 흡사 국수 같았다. 깍두기 같은 감자에 김가루, 또 고춧가루. 야들야들한 수제비 반죽에 일단은 국물은 떠먹었다. 확실히 국수가 생각났다. 이대로 소면을 넣었다 해도 맛나게 먹었을 것 같았지만, 나의 기호를 더 반영하여서 청양고추와 양념장, 고춧가루를 더 넣었다. 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얼큰 맛을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확실히 보리밥은 수제비와 절친이다. 잘 담아 놓은 보리밥에 이것저것 올려서 쓱쓱 비벼 놓고는 수제비 한 숟가락과 보리밥을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수제비의 두께에 호불호가 있겠지만, 난 두껍게 쫄깃한 것도 좋고, 얇지만 훌훌 들어가는 느낌 둘 다 선호한다. 어디까지나 멸치 육수에 느껴지는 잔치국수 느낌은 수제비도 거부감이 없었다.
혼자 그렇게 맛을 느끼는 와중에 첫 손님이던 나는 곧 가득 찬 테이블을 인식했다. 아마도 아파트에서 아점을 챙겨 먹기 위해서 내려온 가족과 수제비를 일부러 먹기 위해서 모인 단체도 있었다. 소란하긴 했지만, 흡사 노포에서 먹는 잔치국숫집 같아서 흥이 나게 국물까지 비웠다.
나는 딱히 서울에 아파트가 있다는 것이 애써 부럽지는 않았으나, 이번은 상가 건물에 맛있는 수제비 집이 있다는 점은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거리에 대한 복이 가득한 아파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