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마흔이 넘고, 성별이 남자라도 나는 상사 앞에서 음식 사진을 찍는다. 그래도 식탁에서 사진 찍는다는 행동이 용인되는 것을 보면,좋아진 세상이다. 불과 몇 년 전 직장 회식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면 분명 반농반진으로 뭐라 잔소리를 들을 법도 한데, 요즘은 남녀노소 모두 익숙하다.
이날도 오리 고기에 한참 기름이 빠지는 모습을 굽다 찍다 먹다를 반복하다가, 후식 같은 삼겹살 일부를 굽고도 각 테이블에 볶음밥을 비볐다.
그러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고기를 먹었으나, 볶음밥을 비벼서 불판에 올려놓는가? 주걱으로 팍팍 비벼 놓은 것을 벽에 미장을 하듯이 곱게 펴서 바닥이 조금 타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에는 오직 불판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밥알이 기름과 함께 천천히 바삭해지는 소리만 들린다.
사실 먹다 보면 알게 된다. 왜 우리가 밥을 시켰는지? 뭔가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행동을 직접 해보면 깨닮음을 얻는 어느 순간이 있다.
문제는 그런 깨닮음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본능이 말했다.
"이봐. 너무 많이 먹었어. 배부르지 않아?"
식욕이 뇌를 지배한 그날은 조심스럽게 허리띠를 풀었다. 그럼에도 나는 직원들과 시골에 어울리지 않은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사실.
우리가 볶음밥을 먹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아니었다. 잘 차려진 분위기에 취해서 기름 분칠을 한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 보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먹거리도 결국은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닐까? 한 테이블에서 볶음밥을 나눠 먹은 동료가 새삼 생각나는 금요일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