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잘 굽는 사람이 집게를 잡는 것이 사실 효율적이다. 다만 그게 나라면, 좀 부담스럽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가격보다는 상황 때문에 묘하게 고깃집을 피하게 되었다.그러다가 초벌 된 고기에 누가 구워주니 그 맛이 너무 좋아서 글을 써본다.
'너는 고기를 잘 굽니?'라고 물으면, 일단 고개를 흔든다. 그냥 난 정성을 다한다고 말하지 맛나게 고기를 굽기 어렵다. 뒤집는 타이밍도 잘 모르겠지만, 이거 익었는지 묻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이요리에 대한 감이 좀 없는 것 같다. 일에 대한 것은 확신찬 어조로 말하면서도,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는 급 소심해진다. 그래서 비싸지만 난 소고기를 좋아한다. 이유는 '소고기는 덜 익어도 먹어도 된다.'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집게를 잡은 자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길 수 있을 때, 더 맛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간장 소스와 쌈장과 더불어서 찍어 먹을 소금도 많다는 점에서 새로 생긴 이 음식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다만 6가지의 그릇에 선택도 함께한 사람에게 시켰다는 점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즐거운 선택이기에 부담도 없었다.
고운 가루에 잘 익은 고기를 하나씩 찍어가면서 음미했다. 확실히 고소한 맛에 소스나 소금맛이 다양해서 좋았다. 그리고 살짝 질릴 쯤에는 앞서 시킨 고기를 좀 덜 주문하고 먹을 걸 하는 후회를 시키는 김치찌개가 있어서 딱 소주가 간절하게 생각났다. 상황상 먹지 못해서 아쉬움에 국물만 마셨던 순간이었다.
혹시나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며 고기를 먹고 싶을 때. 이곳에 오면 어떨까? 뭐 직접 굽는 손맛을 즐긴다면, 다른 곳도 물론 좋다. 다만 이런 곳도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살짝 좋다는 마음이 들어서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