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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05. 2023

여의도 공원에서 즉석라면 먹기

여의도까지 갔으면 즉석라면은 먹어봐요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면, 난 이 섬(?)에서 가장 먼저 한강공원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나도 한강공원은 갈 일이 거의 없다.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추위에 겨울에는 강가를 갈 틈도 없이 어느 지하나 건물로 들어가기 바쁘니까. 설령 날씨가 좋아도 혼자라서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10월의 어느 날, 한강을 바라볼 기회가 있다면 즉석라면을 한 번 먹어봐라. 누군가 옆에 함께 있다면, 돗자리 하나 빌려서 라면을 먹고는 누워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같이 혼자였다면 라면만 쏙 먹고, 섬을 빠져나오는 것도 좋다.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맥주 한 캔 마시는 가장과 비둘기를 따라가는 아이. 멍멍이 산책에 모르던 이와도 통하는 공간. 한강공원에서 나는 꽤 비싼 라면을 샀다. 대부분 비싼 가격에도 신기함에 구매를 하는 것 같지만, 외국인도 별 탈 없이 구매하고 조리까지 무난하다. 오히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레시피까지 외국어로 말하지만, 행동에서 많은 탐구가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여행 전부터 유튜브나 책으로 봤을 것이다.

 

외국인도 쉽게 따라 하던 즉석라면 조리
신기한 즉석라면

  라면은 빠르게 익었다. 꼬들꼬들한 라면의 형태는 야외에서나 가능한 범용성 냄새로 맛을 더 내는 조미료가 있나 보다. 여기저기서 시도한 라면들이 궁극의 향기로 모두의 를 자극했으니까. 조심스럽게 라면용기를 들고, 의자에 앉아서 강을 한 번 보고, 한 젓가락.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을 한 번 보고 다시금 한 젓가락을 먹는다. 아마도 분위기에 김치가 없어도 맛있는 것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앞에 있던 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맥주 건배에 빠져서 비둘기를 쫓아갔다. 사람에 이골이 난 비둘기는 오히려 겁도 없이 아이를 반대로 쫓는다. 그런 톰과 제리 같은 모습도 있지만, 옆자리에는 강아지 때문에 모르는 두 여성이 핸드폰까지 꺼내며 반려견 이야기에 흠뻑 빠져있다. 아까 전철에서 무뚝뚝하게 핸드폰만 보던 서울의 인심이 공원에서는 참 너그러워진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날씨의 영향일까? 맛있는 라면을 먹고 난 후에 인심일까? 그런 우선순위를 논하기 무섭게 점심 이후에 그늘진 나무나 공터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돗자리나 텐트를 쳐두고 휴식을 보내고 있다. 나도 빈 의자에 살짝 기대어 빌딩 숲 속에서 평온한 전원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신기하다.

  눈을 감고, 사람들의 여유를 함께 느끼는 중에 익숙하지 않지만, 알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스께끼. ~ 시원한 아이스께끼."

  가끔 서울 밤거리에 찹쌀떡을 파는 우렁찬 목소리는 듣긴 했으나, 아이스크림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누가 사 먹을까 했지만, 바로 옆자리에서 흥정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서울인지. 모를 정도의 전원적인 모습에 가끔은 이렇게 좋은 날씨와 시간과 약간의 돈만 있다면, 다시금 공원에 올 것 같았다.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으로 향했다.


  뭐... 혼자라도 라면을 먹기 위해서라도 올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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