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본 라면 리뷰<오뚜기 대파 열라면 컵>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어 주신 것에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쉬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은 이 날에도 대부분 일을 한다. 월요일이라는 기막힌 휴일 위치가 아마 대부분은 여행을 가고 있지 않을지?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한 가을 연휴이다. 사실 우리 시에서도 행사가 있어서 주말에도 주민들과 함께 해야 했기에 딱히 나에게는 휴일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오늘은 약간 늦잠을 자고, 추석 이후에 밀린 일을 하느라 사무실에 나갔다.
그래도 아점은 먹어야 했기에 집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구매한 컵라면과 김밥을 사서는 주말 출근길을 시작했다. 나는 빈 사무실이 좋다. 간혹 다른 직원들이 있더라도 민원인이 없는 휴일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문이나 서류 작성을 할 수 있어서 매주 하루는 이용하는 주말 근무이다.
그럼에도 내가 편의점 컵라면을 사 와야 했던 이유는 이곳은 주말에 문을 여는 편의점도 없기 때문이다. 정말 외진 면 소재지라서 농협마트도 문을 열지 않는다. 그렇기에 항상 라면이다. 대부분은 자주 먹는 것뿐이라서 오늘 고른 라면에 기대가 생겼다.
여기 오뚜기 관계자가 있다면 서운하겠지만, 난 라면은 거의 농심을 즐겨 먹는다. 특히나 컵라면은 오뚜기 제품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군대 때부터 보급이나 위문품으로 자주 접하던 선입관이 있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싸고, 너무 싱거웠다. 내가 20대 느낀 오뚜기 제품은 저가형 저염식이었다. 그랬기에 짜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팔도'보다도(왕뚜껑이 있으니) 못한 브랜드였다.
그러다 진라면을 먹기 시작하면서 오뚜기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른바 독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진라면 순한 맛은 그렇다 해도 이제는 나도 좋아하는 라면이 오뚜기에서도 생긴 것이다.
열라면도 그중 하나이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무척 반갑다. 가격도 싼 맛있는 라면은 소비자가 싫어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서 너구리 대신에 오동통면도 먹기도 한다. 이른바 다시마가 2개라는 건 뭔가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해졌다.
그렇게 세븐일레븐에서 마주한 대파 열라면은 아마 PB 상품인 것 같다. 쉽게 마주할 일이 없기에 얼른 골라서 나의 주말 낮 위장을 달래 보았다. 대파라는 재료는 해장과 어울린다. 술은 먹지 않았지만, 항상 우린 해장에 목말라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수프와 대파 건더기를 넣고는 물을 넣어서 기다렸다. 국물은 기존의 열라면과 비슷하다. 면발이 얇은 것은 컵라면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푹 익은 대파와 면이 함께 씹히면서 나름의 맛은 보장하는 라면이다.
물론 단점은 없는 것은 아니다. 좀 비싸다. 그리고 좀 기름진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파가 있기에 그래도 시원한 맛으로 먹을 수 있었다. 역시 메인은 대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싼 가격이겠지만, 호불호는 있을 것 같았다.
배가 부르다.
이렇게 편의점 음식에 맛을 들이면...
살이 찌는데.
그럼에도 나의 한글날은 이렇게 열나게 맛있는 라면과 함께 사무실에서 잘 지내고 있다. 이제 일을 더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