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 직원이 공지를 하고는 다음 질문은 메뉴이다. 뭐 대충은 짐작한다. 삼겹살 아니면, 갈비 아닐지? 그래도 이번에는 선택을 위해서 테이블마다 메뉴가 좀 다르다 했다. 아마도 고기를 굽는 사람도 관심이 있겠지만, 역시나 먹는 사람도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하나? 주류파와 비주류파만큼이나 선택이 어렵다. 보통은 비주류 파에 대충 앉아서 먹었겠지만, 모처럼 난 술을 먹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어딜 앉아도 상관없다는 이야기.
퇴근에 맞춰서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는 회식 장소에 도착하니 순서대로 테이블에 쪼르륵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치상 주류파와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위치상 주인공 자리였고, 면장님이 옆자리였다. 그래서 대충 갈비 테이블로 옮겼다.
'그래. 오늘은 갈비를 구워서 먹자.'
비슷한 또래의 직원들과 도란도란 친목도 쌓을 겸 갈비팀에 앉아서 고기를 구웠다.
비슷할 것 같은 구성원이지만, 역시나 사람의 수만큼은 다양한 취향을 갖는 것이 식성이다. 사실 두 메뉴를 모두 좋아하지만, 고추를 먹거나 마늘을 굽거나 상추를 먹거나 고기만 먹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서 한 테이블에 모인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식사는 매일 하지만, 회식은 가끔 하는 것 아닐지?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시는 직원들 앞에 두고, 옆 테이블 직원과 연신 '짠'을 외치면서 고기를 집어 먹었다. 아마도 그 상태로 쭉 가도 좋을 것 같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이던 신규가 좀 외롭다 싶어서 젓가락과 술잔을 들고 삼겹살 테이블로 직행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는 고기 먹방 메뚜기가 되어서 불판에 고기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가끔은 그럴 순간이 있다. 삼겹살을 좋아하지만, 갈비를 먹을 때도 있다. 어쩌면 회식이 싫지만 시간을 내고 함께 즐겨야 하는 순간도 제법 많다. 고기를 좋아해도 굽는 고기는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옷에 고기 먹은 티를 내는 것도 불편하고, 어쩌면 내가 고기를 굽는 상황도 있으니까. 애초에 두 선택지가 모두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그럼에도 해야 하기에 결국에는 조용히 먹는다. 아마도 신규 직원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의 신규 시절에 회식은 집에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술을 마셨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이른바 잔을 들고 돌기가 있었다. 인당 한잔씩 마시다 보면 각 테이블에 맛있는 고기 맛도 못 느끼고, 가는 길에 모두 토해내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지금은 잔들고 돌기는 코로나 덕분에 없어졌다.
그렇다면, 술 말고 고기를 먹기 위해서 냠냠 먹는 것은 어떨까? 먹다 보니 삼겹살과 양념갈비 중에 뭣이 맛있는지 생각해 봤는데, 결국은 잔치국수가 제일 맛있었던 것은 위장을 자극하던 소주 때문일까? 다음에는 족발을 먹자고 살짝 추천해 봐야겠다. 아마 그때는 양념 족발과 일반 족발에 선택이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