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의 몸무게
‘91kg’
나는 체중계라는 고급스러운 표현보다 저울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간당간당하게 앞자리가 80kg대였을 땐 몰랐을 수치심이 느껴졌다. 아무리 병자는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해도, 서른 후반에 미혼남성 몸무게로는 남 보이기 부끄럽다. 딱 봐도 177cm에 신장에서 저 정도 몸무게는 체성분을 보나 마나 비만이다. 단지 고도비만이 되느냐 단순 비만이냐의 차이일 뿐.
그렇다고 내 몸무게가 항상 비만은 아녔다. 2014년에 입사를 하면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는 77kg였다. 무려 6년 만에 14kg이라는 체중이 불어버린 건데, 웃긴 건 그 당시에도 난 살이 쪘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91kg이라는 체중이 될 거라고 당시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과거의 20대에는 60kg 대도 유지했던 기억이 있으니, 현상 유지가 되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입사 후 처음에는 차를 살 돈이 없어서 1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다이어트 효과가 생겼다. 문제는 차를 사고, 일이 늘어나면서 불어버린 스트레스가 살이 되면서부터였다. 부서를 옮길 때마다 5kg은 늘더니 결국 이 사태까지 와버린 것이다.
같이 일하는 2~3살 위에 형들을 보면서 앉은 자세에 폭신하게 나온 배를 보면 나는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점점 무거운 몸뚱이를 보며 조바심이 났다. 형들은 그게 나잇살이라고 했다. 40살이 되어가면 살이 붙어서 결국은 아저씨가 된다는 말을 웃으면서 했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배가 나오면 안정감이 있다는데, 노총각의 뱃살은 측은해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럴 때면 나는 이것은 스트레스 살이라서 조금 운동하고, 정신 수양만 하면 빠질 거라고 항변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솔직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하면, 주말에는 눕고 싶어서 안달 났다. 상사가 등산을 조언하면 일을 하고 쉬는 것도 벅찬데 무슨 소린가 싶어서 입 모양만 ‘네’라고 하고는 집에 가면 바로 누웠다. 대신 하루에 7잔을 마시던 커피 믹스를 아메리카노로 바꾸고, 좋아하던 라면도 1주에 한 번 먹는데도 큰 변화가 없었다. 분명히 이 결과가 나와서 자주 가는 병원 원장님이 보면,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끊기는 어렵다고 한마디 하실 거 같은데, 검사를 받으면서 유일하게 떨어진 것은 시력뿐이라서 우울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사실 체중의 변화는 계절이 바뀌고 옷장에 걸어둔 바지가 맞지 않을 때 이미 실감했다. 분명 당시에도 그 전 크기가 안 맞아서 고민하다가 급한 마음에 바지를 샀다. 단추를 잠그면 숨을 쉬기 힘들다는 순간에 옆구리에 허릿살을 손으로 꽉 잡아서 당기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건강이 문제가 아니라 입을 옷이 없어서 새로 사야 하는 지출이 버겁다. 게다가 아깝다고 걸어둔 옷장의 과거 옷들이 꽉 차서 밀어내듯 한 계절만 입은 옷을 버리는 게 마음이 아프다. 마음만 먹으면 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옷장에 걸어둔 작년과 그 작년에 옷들은 언제 입을 수 있을까? 그때야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차차 인정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91kg의 나의 표준 체중은 72kg이다.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런 표준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사는데, 점점 기대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는 동안 나는 37살에 0.09t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0.1t이 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