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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만 대프리카를 가는 건 아니지

대구 <서문시장> 명신손칼국수에서 칼제비를 먹다

by 이춘노

어린 시절 나에게 대구는 너무 먼 곳이었다.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서울과는 다르게 오로지 버스만 타야 하는 번거로움과 멀미 탓이랄까?

대학교 이후에는 여행의 경유지로 왔지만, 제대로 구경할 일이 없다가 유명하다는 서문 시장에 왔다. 그리고 대구에 왔으니, 전현무계획으로 유명해진 <명신손칼국수>를 가보았다.

아무래도 나에게도 먹부심이 있기는 하다. 수제비와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맛집에서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4 지구에서 음식점을 찾았다. 아마 보통의 음식점을 찾는다면 절대 눈에 안 보일 장소에 음식을 팔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보통 서문시장 식사는 길거리 식당이라 많은 자리를 확보한 곳이 아녔다. 서서 먹기도 하고, 앉더라도 플라스틱 의자 정도이다.

역시 유명해서 그랬을까? 대기 인원이 좀 있었고, 난 섞어(손칼국수와 밀수제비)와 냉잔치국수를 먹었다. 기왕 대기도 했거니와 이게 맛있다니 포기하기 힘든 욕심이긴 했다.


줄을 서서 지켜보니 주문을 받고 정리하는 분과 반죽하는 분. 그리고 육수에서 반죽된 면과 수제비를 육수에서 여러 번 옮기는 이모가 계셨는데. 무작정 냄비에서 끓이는 것만 생각한 나는 좀 생소한 모습이었다.

일단 칼제비는 국물이 담백했다. 애초에 육수와 면은 따로인데, 멸치국수 국물에 칼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다만 칼국수 면은 쫀득하고, 수제비는 좀 두꺼워서 호불호가 있겠으나 숟가락에 훌훌 떠먹기는 좋았다.

양념장도 넣어보니, 깔끔한 맛에서 좀 더 짭조름해서 결국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셨다.

내가 먹기에는 양이 적어서 하나 더 주문한 냉잔치국수는 뜨겁지 않은 약간 냉기 있는 국물에 면과 김가루, 깨 등이 올라있었다. 생각보단 국물이 진했고, 양념장도 넣어서 먹어보니 간단한 식사로는 제격이었다.

개인적으론 수제비가 좋았는데, 두툼해서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떠먹다 보면 대기시간보다는 짧게 먹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짧지만 씹을 수록 느껴지는 반죽의 식감은 참 매력적이었다.


5,000원의 행복?

어쩌면 커피 값보다 싼 한 끼 식사. 시장에서 구경하다가 이것저것 먹기에는 서문시장은 먹거리 천국 아닐지.

욕심 안 부리고 한 그릇만 먹었으면 후식으로 먹었을 간식을 떠올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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