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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02. 2024

전현무만 대프리카를 가는 건  아니지

대구 <서문시장> 명신손칼국수에서 칼제비를 먹다

  어린 시절 나에게 대구는 너무 먼 곳이었다.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서울과는 다르게 오로지 버스만 타야 하는 번거로움과 멀미 탓이랄까?

  대학교 이후에는 여행의 경유지로 왔지만, 제대로 구경할 일이 없다가 유명하다는 서문 시장에 왔다. 그리고 대구에 왔으니, 전현무계획으로 유명해진 <명신손칼국수>를 가보았다.

   아무래도 나에게도 먹부심이 있기는 하다. 수제비와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맛집에서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4 지구에서 음식점을 찾았다. 아마 보통의 음식점을 찾는다면 절대 눈에 안 보일 장소에 음식을 팔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보통 서문시장 식사는 길거리 식당이라 많은 자리를 확보한 곳이 아녔다. 서서 먹기도 하고, 앉더라도 플라스틱 의자 정도이다.

  역시 유명해서 그랬을까? 대기 인원이 좀 있었고, 난 섞어(손칼국수와 밀수제비)와 냉잔치국수를 먹었다. 기왕 대기도 했거니와 이게 맛있다니 포기하기 힘든 욕심이긴 했다.


  줄을 서서 지켜보니 주문을 받고 정리하는 분과 반죽하는 분. 그리고 육수에서 반죽된 면과 수제비를 육수에서 여러 번 옮기는 이모가 계셨는데. 무작정 냄비에서 끓이는 것만 생각한 나는 좀 생소한 모습이었다.

  일단 칼제비는 국물이 담백했다. 애초에 육수와 면은 따로인데, 멸치국수 국물에 칼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다만 칼국수 면은 쫀득하고, 수제비는 좀 두꺼워서 호불호가 있겠으나 숟가락에 훌훌 떠먹기는 좋았다.

  양념장도 넣어보니, 깔끔한 맛에서 좀 더 짭조름해서 결국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셨다.

  내가 먹기에는 양이 적어서 하나 더 주문한 냉잔치국수는 뜨겁지 않은 약간 냉기 있는 국물에 면과 김가루, 등이 올라있었다. 생각보단 국물이 진했고, 양념장도 넣어서 먹어보니 간단한 식사로는 제격이었다.

  개인적으론 수제비가 좋았는데, 두툼해서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떠먹다 보면 대기시간보다는 짧게 먹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짧지만 씹을 수록 느껴지는 반죽의 식감은 참 매력적이었다.


  5,000원의 행복?

  어쩌면 커피 값보다 싼 한 끼 식사. 시장에서 구경하다가 이것저것 먹기에는 서문시장은 먹거리 천국 아닐지.

  욕심 안 부리고 한 그릇만 먹었으면 후식으로 먹었을 간식을 떠올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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