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진은 먹기 전에 찍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잊고 있다가 다 먹고 찍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러니 뽀얀 수제비가 한가득 드러났다. 사실 먹다 보면 잘 모르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 말이다.
단골의 묘미는 아는 맛이다. 그래서 익숙하기에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고는 먹기에 정신이 없다. 넣어주신 홍합과 조개들도 그렇지만, 항상 처음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버릇 때문 아닐지. 요즘에는 혼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오면서 내가 보던 1.5인분의 그릇과 다른 인상을 받았다. 1년에도 수십 번은 먹었을 같은 메뉴인데도 담긴 그릇으로도 느낌은 사뭇 달랐다.
단골인 나는 그릇이 주변의 그릇과는 좀 다르다. 보통 주문은 1인분이지만, 난 그 밑에 있는 추가 사리를 더 주문하기에 1.5인분 혹은 2인분 그릇에 담겨 나오기도 했다. 아마도 주문 기계에는 1인 분의 추가 사리는 따로 없는 듯하다. 그렇기에 혼선도 있기도 하고, 주문하는 와중에 홀과 주방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보통은 혼자 오는 사람도 적지만, 함께 오는 사람들에게 추가 사리보다는 인원수에 맞는 양만 나오면 되니까.
먹을 때는 정신없이 먹었다. 그리고 주변 시선까지 생각은 안 했다. 그래도 그릇이 다르다는 것은 모양으로 알았다. 보통 1인분 그릇보다는 컸고, 나중에는 다양한 모양의 그릇이 점점 나오긴 했다. 뭐 그래도 항상 같은 메뉴이기에 신경 안 쓰고 먹었던 시간이 벌써 몇 년인가?
그러다 함께 온 사람과 식사를 하다 보니, 1인분이 아무리 커봐야 2인분을 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먹기 위해서 삼분의 일 정도는 걷어낸 그릇을 보니 해물만 보였던 것에서 뽀얀 수제비도 가득한 것이 다른 의미로 식욕을 생기게 하는 것도 그렇다. 사람의 기분이라는 것은 이렇게 매번 다른 것이기에 세세한 변화도 중요한 것 같다. 그릇 변화에도 맛이 다르지만, 역시나 사람이 함께 하니 양도 그렇고 맛도 한결 더 풍성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신기한 일이다. 어차피 같은 메뉴이고, 항상 먹었던 것임에도 그릇에 크기나, 먹는 와중에 남은 모습도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은 사뭇 달랐다. 그만큼 사람의 기분은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인지? 물론 돈도 같으나 담아 놓은 통장의 잔액에 따라서 기분은 다르다. 그것과 같다고 보면 이해는 쉽지만, 별것 아닌 것에 감동하고 또 좋아하는 것이 수제비 같아서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즐거운 변덕이기에 마음을 놓는다.
항상 추가 사리로 양이 넘치도록 먹다가 일행과 함께 먹는 식사에서 혹시 몰라서 시켜 놓은 만두 두 개. 기성품이겠지만, 그 맛은 매운 국물과 함께 먹기에 참 좋은 궁합이었다. 식성 좋은 사람들이 만두를 더 먹어보는 것도 좋을 시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