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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09. 2024

동글한 막창에 소주 딱이지?

대구 중앙로 <저절로 막창>에서 막창을 굽다

  어릴 때 안 먹는 음식이 몇 가기 있었다. 순대국밥이나 닭발, 번데기, 혹은 곱창. 그중에서 나이가 먹어감에 그 맛을 알아서 먹는 음식도 있고, 여태 못 먹는 음식이 있는데.  최근 그 맛에 빠진 음식이 바로 '막창'이다. 전에는 어쩐지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혹은 그냥 보기 불편해서 꺼리던 음식 중 하나였다. 어릴 때는 잘 손질해서 파는 곳도 없었고, 삼겹살을 먹기 바빠서 이런 특수 부위까지 챙겨 먹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쫀득한 그리고 고소한 식감에 빠져서 종종 찾게 되는 별미 중 하나이다.


  확실히 '대구'하면 막창이 떠오른다.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도축장이 근처에 있는 대도시라서 그럴 것이다는 추측을 할 뿐. 과거에는 선술집에서 연탄불에 잘 구워서 팔던 것을 지금은 신세대들이 먹기 편하게 초벌을 해주는 곳이 많았다. 내가 이번에 간 곳은 바로 <저절로 막창>이라는 막창 전문점이었다.

  간판 글씨를 보면서 어쩐지 2000년대의 어느 골목길이 생각났다. 그걸 노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유심히 보니 글씨체가 익숙하면서도 과거의 추억에 빠지게 했다.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전철을 타면서 봤던 느낌이었다. 아직은 1호선과 2호선이 생긴 시기의 추억이 가득한 글씨체가 확실히 뭔가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추억의 믿음이 생겼다.

  식당 앞에서 약간의 대기를 하면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다가 돼지막창 2인분과 불막창 1인분을 시켰다. 내가 주로 막창집에서 혹은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눈여겨보는 것은 리뷰이다. 물론 별점테러나 광고성 글도 있지만, 보통 어느 지역 3대 맛집은 좀 거르는 편이다.

  이유는 줄을 서서 먹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점이 있다. 물론 가끔 오픈하자마자 주문하긴 해도, 그건 시간을 거스른 것이라서 좋은 식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고생해서 찾아갔지만 기대 이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을 가면, 인터넷 지도를 펼쳐 놓고, 가게의 평점과 리뷰를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와중에 거리도 맛도 평균 이상이다 싶으면 찾아간다. 대구에서 식당도 그런 방법이었다. (물론 이곳도 기본적으로 유명해서 주말에는 대기 시간도 있고, 2시간 제한도 있었다.)

   일단 막창 이야기로 돌아간다.


  일반 막창은 주방에서 초벌을 해주기에 굽기도 편하고, 불막창은 신라면 맵기에 그냥 바로 먹을 수 있어서 바로 소주에 한 점 가능했다. 자리에서 소주를 하나 시켜 놓고는 불막창 한 점과 소주를 마셨다. 살짝 콜록거리는 매운맛이 나면서 막창 특유의 냄새도 없어서 고소하게 씹으면서 즐겼다.

  

  그래도 대구니까. 냄새 없이 맛있는 막창 맛집도 많을 거라는 저질러 본 도전이었다. 일반 막창도 겉은 바삭하면서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양념 소스에도 소주는 기분 좋은 조합이었다. 또 동해란 소주가 신기해서 주문해서 마셔보니 청하 맛과 비슷하니, 같이 나온 조개탕의 시원함과 더불어 바다맛이 나서 또 한 병을 비웠다. 사실 이름만 동해로 명명해서 그렇지, 그냥 소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분에 마시는 것이 소주이고, 이런 술자리 아니겠나. 천 원을 더 투자해서 마음속 동해를 보고 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지?

  다만 후식으로 마라 사발면인데 육개장에 마라맛이 나서 가볍게 먹었지만, 옆자리를 보니 막밥이 당긴 걸 보면 고기에 탄소화물은 진리 같았다. 그냥 끓여준 라면이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다음에는 기름이 골고루 입혀진 밥을 먹고 싶다.

  대구라는 큰 공간에서 사실 막창만 먹을만하겠냐만은 그래도 기왕 와서 막창에 소주 어떨까? 대구에서 가장 번화가에서 막창과 소주와 함께 먹을 사람만 있다면 행복한 시간 아닐지.


  대구하면 막창.

  대화에는 소주.

  한 번 드셔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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