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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12. 2024

대구도 부대찌개 잘하네

대구 <동성로 할매부대찌개>에서 군대 시절 맛을 느끼다.

  나는 군생활을 군산에서 했다. 흔히 시위 막는 부대에서 의경 생활을 했다고 하면, 쉽게 떠올릴까? 군산 바다도 유명하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군부대로 시위의 성직기도 했다.

  군대 가서 편했다는 이야기 꺼낼 남자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나도 부대보다 비행장 정문에서 살았던 시간이 너 많았기에 본의 아니게 노숙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럴 때면 참 신기하게 먹을 것이 유독 생각난다. 부대에서 밥 안 나오는 일은 없지만, 왜 이렇게 부대밥이 먹기 싫은지. 보급으로 나온 오뚜기 컵라면을 끼고 살았다. 그래도 부족한 허기를 가끔 채운 것이 바로 부대찌개이다.


  지금도 군산은 비행장 부대찌개 하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도 근무교대 후에 간혹 중요한 일에 식사를 했는데, 군인이라서 그럴까? 나는 부대찌개가 참 맛이 있었다.

  아마도 군대의 추억 때문일까? 어쩐지 부대찌개는 레트로 감성이 불씬 풍기는 메뉴이다. 그런데 그건 나만 갖는 감정은 아닌 듯하다.

  대구에 <동성로 할매부대찌개>를 가보니, 콘셉트를 잘 잡은 느낌이 들었다. 번화가의 한가운데, 부대찌개를 파는 것도 그렇지만, 실내 장식 자체가 모두 70~8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옛 감성으로 가득했다.


  메뉴를 시켜 놓고 나온 추억의 도시락은 고명처럼 옛날 소시지가 있었다. 넓고 얇게 깔린 공깃밥에 팔팔 끓어가면서 붉게 변하는 국물과 형태가 사라진 치즈가 군침을 돌게 했다.

  물론 각종 소시지와 스팸 조각이 뽀얀 육수에 짙은 짠맛을 더 올려 줄 것을 알고 있기에 국자로 잘 저어서 먹기를 기다렸다.

  확실히 국물은 붉은 것이 진리다. 그리고 뱃살에 죄책감 가득한 나트륨 폭발하는 맛은 재료가 중요하다. 한 국자 떠서 추억에 도시락에 부어서 밥과 비벼 먹으니 참 맛이 좋았다.

  하지만 이것만이 다는 아니다. 역시 면을 넣어야 하는데, 기분이 좋게 농심 사리면이었다. 보통의 식당에서 사리는 노란 오뚜기 사리면이 나오는데, 여긴 붉은 농심 사리면이 나온다. 요즘 국물이 밍밍해졌다는 평가가 많은 농심이지만, 그래도 입에 감기는 면의 흡입엔 농심면이 가장 적합하다.

  후후 불어가면서 접시에 담다 보니, 어느 순간 빈 냄비가 되었다. 그리고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온 식당에는 여러 손님들로 테이블이 가득 찼다.


  물론 추억이 전부 재연되긴 힘들다. 군대 시절에 먹었던 부대찌개는 지금 가격도 아니었고, 들어간 재료도 더 풍성했었다.

  다만 그 맛을 추억하며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한 한 끼 식사였다. 그리고 조만간 군산에 가면 시내로 옮겼다는 그 부대찌개 집으로 가봐야겠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맛을 느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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