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굽지 않는 고기를 먹으라고 하면은 일단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어떻게 익힌 것도 아닌 것을 곱게 썰어 한 접시 내놓을까? 생선회를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도 그랬지만, 역시나 그 맛을 알게 되었을 때는 없어서 못 먹는 귀한 안주가 되었다.
생선회도 그렇지만, 이른바 생고기는 양념보다는 본연의 씹는 고소한 맛으로 찾는 음식이다. 그리고 그것만 먹기에는 뭔가 아쉬울 메뉴이다. 바닷가를 가면, 회를 먹는다. 그렇다면 대구를 가면 뭐가 유명할까?
막창? 수제비?
대구에서 유명한 것들이 많지만, 뭉티기란 생고기가 유명하기에 토요일에도 당일 도축으로 먹을 수 있다는 <묵돌이>를 찾았다. 여러 사람들이 이 뭉티기를 먹기 위해서 대구를 방문했고, 각자의 리뷰를 했다. 성시경도 그랬고, 전현무도 그랬고, 유명 먹방 유튜버도 각자의 맛집을 소개했다.
나는 일반인으로 흔히 맛집으로 유명한 곳보다는 대구에 번화가에서 생고기를 파는 곳을 찾아갔다. 솔직히 생고기를 먹는 경우에 제일 문제는 내가 봤을 때 요일이다. 근처에 생고기를 파는 곳이 있다면 평일 저녁이라도 방문해서 종종 먹을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생고기 먹기 참 어렵다. 흔히 '소 잡는 날'이라는 운이 따라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생고기 자체는 당일 도축한 소의 특정 부위를 마치 생선회처럼 썰어서 먹는 특식이다. 도축하는 곳이 근처에 없는 사람은 먹기가 참 어려운 메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주말이나 지인과 약속을 잡고, 술을 마시는 일반인이게 아무리 여행지에 뭉티기를 팔더라도 양념된 육회나 먹는 경우라면 그림에 떡 아닐까?
그래서 난 토요일에도 생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만 열심히 찾았고, 그 장소가 바로 <묵돌이>였다. 기왕이면 평일에 먹는 것을 더 추천한다. 어찌 되었건, 고기의 맛은 확실히 식당마다 다르다. 맛집이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토요일에 번화가에서 아는 지인과 함께 쫀득한 생고기를 기름장에 찍어서 꼭꼭 씹을 수 있다면, 이만한 장소도 없을 것이다.
고기만 본다면 내가 주로 먹었던 곳에서는 생고기라고 부르며, 얇게 썰어져 나오는 곳도 있었다. 또 대구의 경우처럼 두꺼운 형태로 뭉텅뭉텅 썰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역과 식당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수제비의 경우에도 투박하게 떠놓은 경우나 얇은 상태로 나오는 것은 씹는 식감과 목 넘김이 다르지 않던가? 아마 고기도 그런 것 같다. 개인적 취향은 역시나 약간 두툼하게 썰려 나온 고기가 좋다. 어차피 고기가 쫀듯하고, 고소하기 때문에 약간 오래 씹는 맛이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
생선회도 그 두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지만, 확실히 생고기는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조심스럽게 먹지만, 몇 번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역시나 한 접시를 비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고기만 먹겠지만, 난 그런 미식가는 아니다. 오히려 고기의 맛을 더 좋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른 반찬들이다. 알밥도 속을 편하게 해 주고, 소고깃국은 소주를 먹은 후에 위장을 달래주고, 김치전은 자칫 느끼할 입안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역시나 여러 점을 먹은 고기를 다시금 처음처럼 돌려주는 것은 소주겠지.
어렵게 먹는 고기는 간혹 가까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대구라는 곳에서 사람을 만나서 먹기 힘들다는 뭉티기를 먹는 것도 소중한 인연을 대접하고 싶어서 그렇다. 항상 나는 소주를 권하지만, 사실 소주는 컵라면에 먹어도, 혼자 마셔도 먹을 수 있는 흔한 술이다. 특별히 비싸지도 귀하지도 않다.
다만 소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편안하고, 친한 사람과 좋은 안주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눈부시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는 술을 마시지 않다가 귀한 사람이 있을 때 소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것도 토요일에 먹기 힘들다는 뭉터기 한 접시를 싹싹 비울 정도로 말이다.
난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기왕이면 맛집을 소개하려고 한다. 풍문으로 들었던 곳이기도 하고,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서 익숙한 맛이기도 하지만, 나 또한 타인의 소개를 통해서 찾아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나도 독자이고, 맛을 찾는 여행자이기도 하다.
다만 내 글을 읽는 독자는 이 맛을 함께 나눌 누군가와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나의 글에 메뉴와 소주는 빠지지 않는다. 행복한 시간과 좋은 사람과 귀한 안주와 소주. 어떤가? 이만한 행복도 세상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