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뭔가 되는 일이 없는 시작과 크고 작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직장도 부모님 건강도 더불어 나도 수술과 입원을 경험하다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점이라는 것을 보았다.
드라이브 겸해서 갔던 곳에서 이런저런 사주를 풀이하다가, 결국은 참다 보면 고비가 넘어간다는 말에 살짝 기운이 빠졌다. 아마도 극적인 변화나 대운이 있을 거라는 말이 듣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과거의 고통들과 문제로 예상되는 내년과 내후년의 스트레스라는 것을 콕 집어내는 것은 나름 용한 곳이랄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지식을 나누는 것과 사람을 키우는 것이 답이라니, 그리 살아보겠다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역시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를 조밀하게 계산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역시나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은 먹어야겠다 싶어서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장성(?)에 뭐가 맛있나 싶었는데, 평소에 먹고 싶었던 갈치찌개를 먹기 위해서 <해운대 식당>을 찾았다. 어렵지 않게 검색했고, 시내 중심가라서 시간도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곳은 원래 매운 갈비찜이 유명한 것 같았다. 도착한 시간이 1시가 넘었는데도, 대기 줄이 있었다. 꼬리의 줄을 찾아서 얼른 서고는 순번이 오자 갈치조림정식을 주문했다. 사실 이곳은 갈치조림도 유명하고, 고등어도 나름 잘 나오는 맛집이었다. 그러니 뭘 시켰어도 상관없었다.
식당은손님들로 가득했고, 주문을 받는 직원도 외국인이라 다들 주문하는 때는 또박또박 발음을 하는데, 그것도 나름 신기한 풍경이었다. 어쩐지 외국에서 한식당을 찾는 느낌(?).
일단 자리에 앉아서 구워 나온 고등어를 요리조리 살을 발라 먹었는데, 요거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먹을 것 같았다. 그리고 국물이 좀 넉넉한 갈치조림이 나오고, 한상 가득 나온 반찬들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다가 역시나 갈치조림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진하니 맛이 좋아서 차만 없었다면 소주 한 병을 마셨을 메뉴였다.
이미 팔팔 끓어서 주변이 양념으로 가득한 가운데, 술을 부르는 메뉴에 토실한 갈치와 요즘은 흔히 인심이 넉넉하지 못해서 갈치보다 보기 힘든 감자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다,
물론 갈치조림에는 무를 넣는 곳도 많지만, 난 개인적으론 감자가 좋다. 하얀 밥에 갈치 살을 발라서 그 위에 놓고는 국물을 한 숟가락 뿌려서 먹고는 이후에 감자를 으깨서 비벼 먹으면 더 맛있는 찌개이다. 아무래도 무의 시원함도 좋지만, 감자의 퍽퍽한 단맛이 이곳 갈치조림에는 어울리는 맛이었다.
역시나 갈치도 감자도 국물도 넉넉하니, 밥이 모자랄 뿐이지. 먹는 인심은 풍족해졌다. 거기다 반찬도 골고루 나와서 오히려 밥이랑 반찬이나 갈치조림을 반반으로 먹어야 비율이 맞을 정도니, 결국 1인분 공깃밥은 부족해졌다.
한 그릇으로는 부족해서 이미 양념으로 지저분한 공깃밥을 바꿔서 새롭게 먹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사는 곳에 이런 메뉴가 있었다면, 종종 찾아가서 먹었을 건데, 아쉽게도 이런 갈치찌개 맛집은 찾기가 어려웠다. 그랬기에 반가운 점심 식사 시간.
먹느라 바빠서 주변 테이블은 못 보았지만, 살짝 배가 찬 상태에서 주변의 식탁도 갈비찜과 조림 정식으로 붉은 국물을 열심히 흡입하고 있었다. 역시나 이곳은 매운맛이 일품인 찌개 맛집 같았다.
혹시나 이곳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앞치마, 다음은 넉넉한 시간, 주차가 어려우니 잠시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올 인내심과 마음껏 먹을 빈 위장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역시나 배가 부르니, 잠시 고민했던 내 인생도 좀 너그럽게 생각되었다. 결국 맛집도 가보고 먹어봐야 아는 것처럼. 삶도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와 공부를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스트레스도 잘 흘러가겠지? 맛있는 갈치찌개를 먹고는 인생을 논하기 쉽지 않지만, 배는 부르고 봐야 삶도 생각하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