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고향국수> 8월 31일까지만 영업
'시한부'라는 상황을 맞이하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것이 무엇이든 종료를 앞둔 것들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는 고등학교 때는 기대감으로 새로 샀던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학교 시절에는 졸업은 곧 백수를 뜻해서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휴직을 했을 때는 그 기간의 끝을 달리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고, 그 외의 모든 이별도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끝나는 시간은 알고 있는 것이 좋긴 했다. 이럴 테면 긴 취업 준비의 시간을 열심히 살기만 했던 때보다는 합격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입사의 시작이 좋았다. 쉬는 기간을 알고 있으니, 더 움직이고 여행했던 것도 그 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마지막을 제대로 못 느꼈다는 안타까움을 줄일 기회는 종료의 시점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후회는 적게 할 수 있으니까.
사람과 상황과의 이별도 그렇지만, 잘 다니던 식당의 휴업과 폐업은 꽤 늦은 시간에 인지를 하게 되어서 아쉬움만 남게 되었다. 내가 노량진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서 매주 먹었던, 지하상가 수제비집도 그랬다. 합격 이후에도 종종 찾았던 맛집. 어느 순간 영업을 안 하게 되어서 이젠 그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 슬펐다.
그런데 그런 기분을 다시금 느끼는 하루.
남원 <고향국수>가 8월 31일까지만 영업한다는 안내문을 보있다.
'춘아재의 맛있는 요일'의 처음이 이 식당이었다. 면 요리에 진심이던 내가 종종 올리던 맛집에서 유독 자신이 있었던 장소로 거의 매주 검색도 많았던 맛집. 남원에서 국수로 맛집이 있다면 이곳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곳이 문을 닫는다고 안내문을 붙였다. 식사를 하는 내내 계산을 하던 손님들이 정말 8월 31일까지만 하느냐고, 묻는 것을 보면 나만 아쉬운 것은 아닌 듯했다.
나는 종종 잔치국수로 말하는 고향국수를 시켜서 양념장 가득 넣고는 맛있게 먹었다. 그게 아니면, 골뱅이가 쫀득하게 씹히는 맛을 즐기고자, 각종 양념 가득한 비빔국수를 먹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어묵국수나 콩국수도 있긴 했지만, 난 이 두 가지면 충분하게 맛있게 맛을 즐겼다.
시골 국숫집에서 느낄 수 있는 투박함과 각종 야채가 가득한 넉넉한 인심이 너무 좋았던 고향국수가 두 달 반의 시간이 남았다.
어쩌면 오늘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비가 온다고 귀찮아서 안 가고, 집에서 라면 먹는다고 안 가서 혹시나 9월 이후에 갔다면 더는 못 먹었을 국수이다. 이제는 가능하면 지나서 다양하게 맛에 변화를 주면서 먹어 보련다. 이를테면 양념장을 안 넣어서 먹기도, 조금 넣기도 많이 넣기도 하면서 말이다.
맛집의 시한부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이에 많이 먹는 것뿐이니까. 이번에는 골뱅이 국수를 먹었으니, 다음에는 고향 국수를 먹어 봐야겠다. 나중에 후회 없도록 말이다. 그래도 뜨거운 여름은 배부르게 국수를 먹겠지만, 겨울에 뜨끈한 국물은 느낄 수 없다니. 안타까움은 역시 먹으면서 달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