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틈에는 인상 깊은 음식들이 존재한다. 가을에는 그해 쌀로 갓 지은 밥에 김장김치. 겨울에는 냄비에 보글보글 끓는 우동이나 뜨끈한 어묵국물. 봄에는 산에 나는 나물들.
이중에 확 와닿는 음식. 여름의 삼계탕이다. 그것도 세 번의 기회로 초복, 중복, 말복이 있다. 나도 이 세 번의 시기 중에서 중복을 챙기는 편이다. 초복이야 장마로 모르고 지나가고, 말복은 슬며시 다가 온 가을 기운에 맛의 완결성이 부족하다.
역시 입맛이 뚝떨어지는 여름의 한복판 땀 흘리며 먹는 삼계탕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식사다. 생각해 보면 통으로 나온 닭고기와 날도 더운데 뜨거운 국물. 먹어야 할지 고민되는 인삼과 대추도 밥상 위에서는 처치 곤란이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이유는 내 건강 때문이다.
이것을 먹고 올해 여름을 잘 버티기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그런 바람으로 삼계탕을 먹는다. 촌스럽기는 하다. 요즘은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기도 하고, 딱히 챙겨 먹을 필요 없이도 매일 잘 먹고 잘 살기는 하다. 그렇지만 2024년은 촌스러운 삼계탕이 먹고팠다.
지난주 비가 쏟아지다가 다시 폭염이 대지를 지배함에도 난 감기 때문에 콜록거리며 주말을 보냈다. 에어컨 보호막을 벗어나자. 땀이 줄줄 흘렀던, 어제와 오늘.
모처럼 게걸스럽게 삼계탕을 먹었다. 땀이 줄줄 나면 휴지로 닦아가며, 살을 뜯었다. 그리고 배를 갈라 요리조리 밥도 챙겨 먹었다. 그런 나를 위한 점심시간 이후에 난 뼈와 빈그릇만 남겼다.
난 다시금 에어컨 보호구역으로 이동하며 무더위의 하늘과 나무를 바라봤다. 신기하게 배가 든든하니 땀도 덜난 게 경치가 보였다.
참 보기가 좋았다. 기운이 없어서 못 봤던 여름의 풍경을 삼계탕 덕분에 본 것일까? 이유는 정확히 알 순 없으나,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또 그래야 건강해질 것 같다는 기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