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전 찍먹파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함께 부먹을 하긴 하죠. 이러한 논쟁은 가끔 탕수육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떠오르는 말 입니다만, 전 사실 이런 바삭한 튀김에 소스를 찍어 먹는다는 생각은 단순한 개인적 기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운 것을 좋아해서 고춧가루를 뿌려 먹기도 하는 행위? 단순한 취향에 큰 의미 부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먹은 <한성>에서 탕수육을 먹고는 그래도 제가 먹는 방식이 더 맛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성>이라는 중국집은 사실 제법 남원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식당입니다. 공설시장을 찾는 많은 시골 어르신이나 타지 사람들이 작은 식당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데도 항상 만석인 맛집.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되기에 어쩌면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음식이 나와서 후딱 먹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그 맛에 사람들이 찾다 보니 확장 이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러니 안 갈 수 없겠죠?
입사 동기들과 종종 회식처럼 먹었던 식당이 이제는 주차공간도 넉넉한 넓은 공간이 되었지만, 이름과 메뉴는 같기에 들어가니 역시 사람이 많았습니다. 과거에 각자 메뉴를 시켜 놓고는 조금씩 덜어 먹었던 것 중에서는 짬뽕과 탕수육이 참 맛이 좋았기에 바로 주문했습니다.
먼저 나온 탕수육에 양 가득 담긴 탕수육 소스를 어찌할까? 고민도 잠시. 일단은 잘 튀겨진 탕수육을 한입 베어서 먹었습니다.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일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맛있어서 꼭꼭 씹다가 다시 소스를 폭 담가서 더 뜨거워진 탕수육을 호호 불어가면서 먹었습니다. 먹다가 더 당긴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 일지. 달달하니 새콤한 맛에 더 식욕이 생겼습니다.
튀김이 눅눅해지는 것이 싫어서 저는 소스 그릇에 젓가락으로 하나씩 찍어 먹는 편이지만, 가끔은 소스 그릇에 몇 개를 일부러 넣어서 다른 맛을 즐기기도 하고, 처음처럼 튀김 자체의 맛을 느끼고자 간장에 단순하게 찍어서 먹기도 하는데, 역시나 맛은 찍먹이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런 것도 개성이라고 생각해 주면서 논쟁이 되던 것도 밀레니엄이 지나고 생겼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메뉴가 나오면 누군가 쫘악 소스를 부어 버렸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주방에서부터 부어져서 나온 상태가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된다는 말이 나오면서 찍먹과 부먹의 논쟁도 들렸습니다. 사실 저도 그 논쟁이 신기해서 찍먹을 하다가 맛을 알게 된 일인이기 하지만, 라면 하나도 기본 조리법을 따르지 않는 우리 민족에게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지.
그러다 잠시 탕수육의 먹는 방법에 대한 논쟁을 잊고, 해물이 떨어져서 해물 짬뽕 대신 일반 짬뽕을 시켰는데, 딱 보기에도 매워 보이는 국물에 보이는 것이 해물인데, 과연 해물 짬뽕은 얼마나 풍성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먹기 시작한 짬뽕에 다시금 느끼함이 사라진 입안에 탕수육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먹기 위해서 다른 것을 함께 먹어서 만족감이 배가 되었죠. 평소에는 주메뉴였을 짬뽕도 단무지와 양파처럼 탕수육을 위한 반찬 같았죠. 이날은 확실히 주인공은 탕수육이었지만, 이조차도 제 맛의 기호가 정한 것이니 사람마다 밥상의 주인공은 다를 것이기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