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먹으려면 어쩐지 컵라면이 생각난다. 파는 김밥이라면 봉지라면, 집에서 만든 김밥에는 묘하게 컵라면이 당긴다.
생각해 보면 탄소화물 덩어리에 과다한 나트륨 섭취라서 다이어트에 적신호임에도 이미 나는 물을 올려놓고 있다. 보통은 이런 순간에 육개장 컵라면을 먹을 것이지만, 오늘은 도시락 컵라면을 먹었다. 이른바 추억의 도시락. 최근 점보 도시락이 나오긴 했지만, 참 모양처럼 오래가는 라면이다.
놓고 보니 사각형의 모양이 어쩐지 밥 두 개를 동시에 먹는 배부름이 느껴졌다. 딱 도시락통에 김밥과 도시락 라면을 넣어서 줬다면 센스가 좋다고 했을 것 같은 조합이다.
또 이렇게 먹을 때는 안 보는 신문지를 깔아 두는 것도 먹을 때의 팁이다. 중국집에서 시켜 먹던 짜장면도 그렇지만, 컵라면과 김밥의 조합에도 내 먹은 자리가 깔끔한 신문지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신문지의 푸른 풍경 속에서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을 갔던 내 모습이 겹쳐서 사무실 안에서라도 즐겁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익숙한 맛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흘려 넘길 조합이 아니다. 오히려 신문지의 투박함에서 정겨운 맛이 물씬 풍기는 그리운 맛이다.
맛 좋은 김밥이라 해도 사이다가 있어야 다음 조각이 더 맛있게 넘어가는 것처럼. 기름진 라면과 탱글한 면발이 번갈아 들어가는 김밥은 배가 불러도 은박지가 텅 비었어도 아쉽다.
더워서 나갈 수 없지만, 사무실 피크닉은 과식으로 마무리했어도 행복했단 건, 안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