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며 사유하기

과거의 브런치를 읽다

by 이춘노

눈을 뜬 것도 아닌데. 식은땀을 느꼈다. 토요일 사무실 가서 산불근무하고, 저녁에 머리를 자른 것까진 기억한다. 그런데 그 후로는 방바닥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두운 방에서 옆에 둔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는데. 다음날 출근을 위한 잠이 필요해서 몇 잔 남은 양주를 쭉 들이켰다. 덕분에 초저녁에 잠시 코를 골았지만, 이내 정신이 멀쩡해지더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무서웠을까? 사람도 무섭고, 일도 무섭고, 해놔야 하는 일과 타인의 기대나, 내 건강과 부모님의 병원 일정.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쉬며 과연 난 얼마나 버틸지. 잡스럽게 모든 게 두려웠다.


분명 무음시계라고 샀는데, 초침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바로 책상 위 시계에서 건전지를 빼고 놔둔 상태로 잠을 청하다가 다시 핸드폰도 무음으로 바꿨다.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잠을 이루진 못 했다.

그렇게 순간 탁 숨이 막힌 듯. 식은땀과 공포가 몰려왔다. 그리고 통화를 못 할 정도로 손이 벌벌 떨리는 게 느껴지자.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연가를 냈다.


잠시 꿈을 꾸었다.

내가 잘했던 것보다는 실수들. 혹은 용서받지 못한 죄. 미안한 사람들. 또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까지. 무슨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르게 지나온 삶을 또박또박 브런치를 보면서 돌아봤다.


2020년.

3,000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있지만, 지금 나는 외롭다를 넘어서 2022년의 통증을 다시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은데?

꿈속에서 던진 혼잣말에 브런치북을 하나 만들고는 30편의 글을 써가면서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나의 브런치북이 사유의 방이 되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