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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Nov 14. 2024

가을은 꽃순이와 함께

가을의 끝자락에 순창 <친구네 집>에서 주변을 보다

  가을을 즐기자는 사람과 가을은 느끼는 것이라는 사람들 틈에서 난 항상 배가 고팠다. 특별하게 주말이라고 해서 좋을 것도 없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별다를 것 없을 하루를 나는 수제비를 먹기 위해서 순창을 갔다.


  맑은 하늘을 보면서 난 왜 수제비가 생각났을까? 인사이동 후에는 좀처럼 먹기 힘든 것이 수제비였다. 섬진강에서 좀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빠진 하루하루에 여유가 없었다. 연속된 일상은 긴장과 스트레스뿐이었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틈에 주말이 왔다.

  가을을 달리는 기분을 가로수길 사이가 말했다. '멋지다.' 이런 길이 아니었다면, 좀처럼 느끼지 못했을 감정에서 눈치 없게 아침 공복을 심하게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배꼽 시계는 솔직하고, 눈치가 없다.

 격하게 달려서 도착한 곳에서 수제비 한 그릇을 후루룩 마셨다. 술도 아니 마셨는데, 술술 넘어가는 게 국물도 남지 않은 완벽한 식사였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이 보였다. 국화꽃 속에서 숨어있는 꽃순이도 그렇고, 단풍 가득한 산길에 모든 것이 자세히 보였다. 꽃도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했던가? 세상 둘러볼 틈도 여유도 없이 잠시 이곳저곳 카메라로 찍어본다.

  아직 세상은 가을인데, 마치 겨울인 듯 숨어 버린 나도. 길냥이 꽃순이와 함께 가을을 즐기고 느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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