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요쿄우라멘>에서 바지락라멘을
겨울이 간다.
봄비도 내리고 말이다.
흙먼지 냄새가 날 때는 확실히 겨울의 차가운 눈냄새보다는 따뜻한 계절감이 생긴다.
게다가 봄 꽃이 왔으니, 이제 겨울은 간다고 봐야겠지?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산수유 축제를 마치고, 겉옷이 점차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봄향기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온도의 향기는 피부로 느꼈다. 그래서 모처럼 여름옷을 사려고 광주를 갔다. 짧은 봄을 느끼면서 말이다.
목적이 뭔가를 사는 것이라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옷가게 근처에 맛집을 찾다 보니 라멘집이 나왔다.
나는 라면을 참 좋아하고, 기회가 있다면 맛집이라는 라멘집도 찾아다니는 편이다. 사실은 분위기와 맛을 다 갖춘 식당은 찾기 힘들었다.
<요쿄우라멘>에는 바지락라멘이 특이했다. 보통 라멘하면 구수한 진한 국물 맛인데? 바지락이라니. 여러 가지 맛을 느낄 기회라서 이곳을 적극 선택했다.
커다란 건물 사이로 통로에 산뜻한 문이 보였다. 뭔가 이 세계로 이어질 것 같은 미닫이 문. 입구부터 라멘집이라는 광고.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간 계단은 감성 터지는 아기자기함이 있었다.
실내는 좁다면 작고, 아담하게 식사하기에는 또 넉넉한 좌석이 있어서 큰 대기 없이 손님들과 주방이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았다.
감성 있는 나무젓가락과 식기와 테이블. 주문한 각자의 메뉴가 나오는 모습이 바로 보였기에 신기했다. 소유라멘과 바지락라멘, 탄탄멘이 주방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닭 육수 베이스에 맛계란, 큰 차슈. 기본적인 라멘이라면 소유라멘을 다들 주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통 라멘보다는 면은 좀 가는 느낌? 짭짤한 맛에 깔끔한 라멘 맛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바자락라멘은 칼국수와는 사뭇 다른 깔끔함이 있었다. 일본에서 바지락칼국수를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적지 않은 면을 흡입했던 내 입장에서는 알듯하면서도 새로운 메뉴였다. 보기도 좋은데, 맛이 좋으니 나중에라도 더 찾을 것 같았다.
탄탄멘도 고소한 비빔면 맛. 지인들과 혹여나 골고루 먹을 기회에선 각자 메뉴를 한번 먹어보면 기분 좋을 경험일 것 같다.
그렇게 맛을 느끼면서 배를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세세한 디테일이 참 좋은 식당이었다. 이름이 라멘집이지만, 사실은 소주나 사케를 주문해서 마신다고 해도 좋을 것 같은 겨울 감성 분위기라서 다음 눈내리는 날 찾을 것 같은 느낌.
어쩌다 보니 겨울을 보내면서 겨울 감성의 라멘을 먹었다. 따뜻한 감성으로 음식을 먹던 내가 이제는 밖을 나서도 따스한 온도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이제 시원하고 맛있는 여름 음식을 위해서 겨울 음식은 접어 두려고 한다. 그래도 어차피 계절은 돌고 돌아오니까. 따뜻한 국물이 땡기는 순간은 오겠지? 그때 겨울 이야기는 이어쓰려한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차분해진 나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