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먹는 꽁보리밥은 더 맛있다

노량진 <꽁칼>에서 얼큰 칼국수와 꽁보리밥을 먹다

by 이춘노

"몇 분이세요?"

"혼잔데요."

"아.. 그러시면.."

여행을 자주 다녔던 이작가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밥이었다. 7번 국도의 고성부터 물 건너 제주도까지 소형차 엑센트로 달릴 순 있어도 역시나 여행은 혼자가 불리했다.


혼밥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혼밥은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혼밥이 너그러운 곳을 꼽자면 노량진이었다. 일반 직장인들을 상대하는 음식점이 아니다 보니, 혼밥 하는 학생들에게 너그러운 1인 밥 먹기 편한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꽁칼이다. 노량진 <꽁칼>은 꽁보리밥 칼국수를 줄인 말이다. 과거에 컵밥 거리를 건너기 위한 횡단보도 직전에 위치한 식당에 쓰윽 들어가니, 혼자 먹는 테이블과 다인이 먹을 공간이 구분된 구조. 거기서 1인이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세트메뉴의 보리밥과 얼큰 칼국수. 전날 마신 소주를 해장할 이유도 있어서 주문을 하고, 보리밥을 우선 쓰윽쓰윽 비벼 본다.

어디서 수제비나 칼국수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리밥과 밀가루 음식이 단짝인 것을 말이다. 일단은 보리밥으로 허기진 배를 살짝 채우고, 찐한 국물과 굵은 면을 후루룩 먹다 보면 두 종류의 곡류 특유의 포만감에 만족하는 것을.

아마도 이 세트의 속뜻은 부담 없는 보리밥에 걸쭉한 국물의 매콤함이 매력인 칼국수의 양쪽 매력을 다 느끼게 하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게다가 노량진 물가의 적당한 가격. 혼자라도 배불리 먹고 공부하라는 상업적 배려일까? 덕분에 이곳을 벗어난 지 12년은 되었으나 야무지게 아침 먹방을 찍은 1인이었다.


혼자 먹는 꽁보리밥은 맛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아도 좋고, 공부를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사만으로도 즐거운 공간.

나는 창가에서 밖에 풍경을 보는 멋으로 김치가 없어도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해결했던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