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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피의 시작은 떼루아였다

남원 <떼루아>에서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다

by 이춘노

"어서 오세요? 어? 춘노씨!"


2년 만에 방문한 오래된 손님을 사장님이 반겨 주셨다. 12년은 커피를 마셨던 곳을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걷다가 쑥 들어갔다.


커피를 테이블에서 본격적으로 마신 건 직장을 갖게 된 이후이다. 싸디 싼 믹스커피가 아니라 누군가와 일상 이야기를 토로할 장소가 필요한 사회 초년생은 동기들과 주민센터 주변에 있는 커피숍으로 모였다.

나름 공영주차장도 앞에 있어서 퇴근 후에 잠깐 커피를 편하게 마시면서도 맛도 좋았던 곳. 그런 입사 동기 같은 가게가 <떼루아>였다.

입사 동기라 칭한 이유도 가게가 오픈한 해가 같았고, 내가 있던 주민센터 구역에 있었기에 아무래도 많이 갈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총각이던 그 시절에 퇴근 후에 술도 마시지 않던 남자들이 커피를 시켜놓고 수다를 떨던 곳. 지금은 나를 제외하곤 다 결혼해서 모일 기회도 적지만, 모처럼 옛 생각을 하며 커피 맛집에서 과거를 추억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간판만 바뀌었지, 사장님도 매장도 그대로라서 말이다. 커피 맛도 그렇고, 이렇게 추억을 지켜낸 기분은 덤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겨울이 오는 지금. 추억의 장소를 돌아보는 건 어떨지?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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