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오리국수>에서 점심 한 끼
"이춘노 님 이신가요?"
10월에 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직접 듣는 것이 좋다면서 내원 안내 전화가 왔다. 솔직히 나이가 들고는 직접 와서 들어 보잔 말은 무척이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벌써 사무실에 선배들이 좋은 소리 듣지 못하고 추가 검사를 했기에 나도 덜컥 겁이 났으니까. 아직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싶은 나이라고 해도, 평소에 아픈 걸로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한 주사 바늘 하나도 피학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래도 영상 자료라도 받아 둬야 추후에 병원을 갈 테니까. 진료 예약을 하고는 사무실은 하루 쉬기로 했다.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 오전에 단풍을 보며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버스를 타고 전주에 갔다. 차도 놓고는 전주 터미널에 내려서 조금 이르게 도착한 상태로 배는 고파서 점심을 먹기 위해 주변을 돌다 국숫집으로 쑥 들어갔다.
전주 공영터미널은 나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학창 시절은 거의 남원에서 보냈지만, 생활권이 남원은 전주와 가깝기도 했고, 군대를 군산에 배치받고는 휴가를 받으면 꼭 전주 공영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그렇게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동했는데, 많은 것이 바뀌어서 마땅히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먹을 음식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찾은 국숫집이었다.
미소가 온화한 사장님이 계셨고, 모두들 국수에 고기 한 점을 먹고 있어서 나도 같은 것을 시켰다. 입이 바싹 마른 상태로 버스까지 탄 상태였기에 느끼한 속을 바로 잡으려고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그리고 보기에도 바삭한 식감의 오리구이가 나오는 세트 메뉴였다.
메뉴를 주문하고서야 느낀 것이지만, 비빔국수와 고기는 어쩐지 잘 어울렸다. 매콤 짭짤한 상태에서 바싹하게 구워 나오는 오리고기 한 점을 함께 먹는다면, 탄소화물과 단백질의 각자 다른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닐까?
생각보다는 많은 고기양에 국수를 아껴 먹으면서 함께 즐기다 보니 모두 빈 접시가 되어 버렸다. 내 직장에 이런 식당이 있었다면, 자주 찾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자주 오지도 않은 전주에 그것도 버스를 타는 일도 드물기에 아쉬운 마음을 갖고 식당문을 나섰다.
그렇게 배가 부른 상태로 병원까지 걸어가다 보니, 가을이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겨울도 피부로 느껴졌다.
건강하게 밥도 먹고,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만보도 걸었지만, 결과적으론 의사 선생님에게 꽤 많은 잔소리와 협박을 들었다. 올해 나의 몸을 혹사시킨 결과겠지만, 좀 우울해졌다.
'딱 가을 단풍 낙엽까지 보는 것은 좋았는데...'
그래도 맛있는 오리국수에서 밥도 먹고, 가을도 느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닐까? 건강검진 결과 기록지를 가방에 넣고는 잠시 더 가을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