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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국밥을 먹다

종로 <청진옥>에서 국밥 한 그릇

by 이춘노

국밥충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인기가 많았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에도 가성비 높은 음식을 굳이 따지자면, 난 먼저 라면이 생각난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1등은 빼앗길 일은 없겠지만, 그다음을 논한다면 국밥이 아닐지? 요즘 국밥 한 그릇이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식을 하는 와중에 지출되는 금액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여행을 가면 수제비를 먹고 나면 다음 식사는 국밥을 찾는다. 또 서점 투어를 하다 보면 종로를 자주 방문하는데, 국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종로에서 꽤 유명하다는 <청진옥>에 방문했다.

1937년에 오픈한 곳이라면, 그 당시에 풍경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종로의 한 시대를 풍미한 식당임에는 틀림없었다. 지금은 유명한 노포 식당으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옛스러운 모습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맛 아닐지.


청진옥 해장국은 일단 양선지 해장국이기에 좀처럼 먹어보기 힘든 메뉴라서 기대가 더 높았다. 콩나물과, 선지, 양이 들어간 구수한 된장 간의 국물은 묵직함 보다는 깔끔하며 담백한 맛이라서 오히려 매력이 있는 입맛을 안겨줬다.

게다가 다소 호불호가 있다지만, 선지는 특별한 잡내가 없어서 먹기도 편했다. 그리고 맑은 국물 특유의 깔끔함과 야채의 아삭함이 더해져서 막상 밥을 말아서 먹는 내내 편안하게 훌훌 마시듯 맛을 느꼈다.

아마도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찾아와 한 끼 식사를 먹었을 종로의 과거 사람들을 생각하며 숟가락을 놓기 전까지 그릇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아마 1937년 어느 겨울에도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행복한 서울 노총각은 있었겠지? 2025년이 되었어도 맛있게 먹은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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