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나 너무 오래 살았나?

이번 생은 망한 이유가 젊은 시절 노량진이 문제였나.

by 이춘노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종종 노량진을 간다. 친한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도 좋고, 혼자 찜질방을 갔다가 서울 팔방을 돌다가 싸게 먹고 자는 장소. 그렇지만 개인적 인생에서는 나는 노량진을 쉽게 못 벗어나고 있다.


20대 후반에 하루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았던 반지하 고시원. 그것도 엄지보다 큰 바퀴벌레가 우굴거리던 복도를 태연하게 걷던 수험생이었다. 처음에는 법원직 수험생이라는 자부심으로 노량진을 입성했지만, 결과적으로 난 지금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 중요한 장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왜 나는 노량진을 지금도 찾고 있는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짐작하기에는 미완의 인생을 어쩌지 못해서 한 번씩 와서 마음을 다잡는 느낌? 현실에 불만과 고통이 가득할 때 찾아와서 배고픈 시절을 추억하며 위안을 얻는 장소쯤 된다는 것이다.


나는 간혹 누군가에게 인생 참견을 할 일이 있으면, 노량진 시절을 떠올린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최대한 그 목표에 제일 가까운 차선을 선택하라고 말이다. 현실에 순응하려고 막연하게 고른 후순위에 나이 먹어서 땅을 치며 후회한다고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공무원을 하려고 했다면, 지방직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당시에 내 주변에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 마. 지방직 공무원은 하지 말고, 그것도 사회복지? 더 하지 마. 10년을 일해도 8급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달라졌을지. 그런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은 서울에서 그리 오래 살았으면서도 쉽사리 노량진을 벗어나서 생활한 적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러 가는 순간 빼고는 없었다는 걸 떠올리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익숙해서 편한 순간. 난 이미 장수생이었고, 어느 순간 공부 때문이 아니라, 살기 위해 난 고시원에 남았니까. 내가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일상의 중독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서울을 가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갈증을 찾기 위해서 노량진이라는 염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면 인간관계도 사랑도 정리해야겠지만, 과거의 미련도 떨쳐야 가능하지 않을지. 노량진 어느 벚꽃이 핀 거리를 걸으며,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