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식사를 부른다
주민센터에서도 야근은 한다. 공무원은 칼퇴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생각보다 공무원은 야근이 많다. 아마 야근도 안 하고 일할 정도로 쉬운 직장이었다면, 그만두는 사람도 없어야 정상 아닐까.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신입 직원들이 그만둔다. 국민의 우려와는 다르게 공무원도 돈 받는 만큼은 일한다.
개인적인 성향이 꼼꼼한 성격 탓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짝꿍이 도청으로 떠나고 야근은 반복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어쩐 일인지 밥은 챙겨 먹기 귀찮다. 그나마 제일 가까이 있는 음식점이 편하고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건 라면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분식점을 가야 하나 싶지만, 그마저도 멀다 싶으면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중국집을 갔다. 주택가 안에 있는 주민센터 골목에 두 개의 중국집이 영업했다. 맛의 호불호를 떠나서 그나마 제일 가깝고 바닥에 엉덩이를 앉는 곳보다는 테이블이 있는 곳이 편해서 A라는 중국집을 자주 갔다. 100년 전통의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라는데 가면 꼭 두 가지만 시켰다. 간짜장과 볶음밥인데, 간짜장은 간이 적절하게 밴 소스에 탱글탱글 한 면발을 젓가락으로 쓱 쓱 비비면 반지르르한 깜장 소스 윤기가 일품이었다. 볶음밥은 그런 간짜장이 물리면 먹는데, 얼큰한 짬뽕 국물이 나오니 밥, 짜장, 짬뽕 세 가지를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즐겨 먹었다.
직원들이 퇴근하고, 오후 7시가 되면 슬슬 배가 고팠다. 식사 타이밍을 놓치면 어디 가서 밥 먹을 곳도 없으니 일단은 휴대전화를 들고 밖을 나간다. 배고픈 직장인은 간판이 화려한 식당으로 불나방처럼 이끌려갔다. 외식 나온 가족들과 회식으로 시끌시끌한 테이블 틈바구니에서 혼자 음식을 시켜 먹었다. 나는 혼밥이 좋다. 개인주의 성향도 있지만, 휴대전화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지만, 정작 나는 휴대전화에 집중하며 면발과 고기를 집어 먹느라 시선을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나에게 식사는 개인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 시간이고, 그 중국집은 나에게 최고의 맛집이었다.
몇 개월을 그렇게 야근 식당으로 이용하던 곳을 평소처럼 방문하자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 저녁에 문 옆에는 대기하는 사람들로 시끄러웠다. 나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없었다. 결국, 반대편 중국집을 갔는데, 거기도 사람은 많았다.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은 먹기 싫어서 한 테이블에 다른 사람과 앉아서 밥을 먹었다.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테이블에서 소유권은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거라면 굳이 그곳에서 먹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 주말도 아닌 평일 밤에 중국집에 사람이 가득할까 싶었는데, 원인은 식당의 텔레비전 맛집 소개 출연이었다. A 중국집이 백종원 프로그램에 탕수육으로 유명한 집으로 나오면서 관광객들이 방문하였고, 몰리는 줄 때문에 마땅히 먹을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건너편, 중국집으로 이동하면서 골목 장사가 대박이 났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 근처 식당이 유명한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은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영역이 침범된 느낌에 씁쓸했다. 테이블 하나를 혼자 차지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줄도 서야 했다. 그 후로는 컵라면을 먹거나, 분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한동안은 식당에서 식사하려는 관광객들로 식당 이용을 못 하는 것은 기본이고, 좁은 골목과 꽉 찬 주차장 때문에 멀리 차를 두고 오는 일도 있었다.
유명한 맛집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론 숨기고 싶었던 나만의 맛집이 유명해지면서 갈 길을 잃었다. 사람들이 유명해지고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여유롭게 먹던 그 분위기가 없으니 편안한 맛이 없어 발길을 끊었다. 신기하게도 이후 법원 앞에 빵집과 대패 삼겹살집에도 백종원이 오면서 우리 동네는 무려 3곳이나 방송을 탄 유명 지역이 되었다. 덕분에 좁은 골목길은 주차장이 되고, 사람들로 인해서 단골 카페까지 손님이 밀려 한동안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다.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 가면 꼭‘무슨 동 맛집’을 검색한다. 나도 그렇게 검색해서 가본 맛집이 몇 곳 있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렇게까지 고생해서 간 것과는 다르게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검색 자체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블로그 검색은 어쩐지 편법 같고, 광고에 낚시당하는 것 같아서 불편해진다. 이것은 마치 내가 사회복지공무원이 된 배경과 비슷했다. 복지 담당자들이 과다한 업무로 자살하는 사건이 주목받았다. 많은 뉴스가 나오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사회복지직이 충원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충원된 사람들은 그보다 더 늘어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관심은 집중되지만, 결국은 불편함만 가중되어서 변질한 정책과 같다.
복지 업무를 하면서도 감성적인 뉴스에 정책이 바뀌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사건들이 많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들은 금방 잊는다. 나는 사람들이 맛집이라 부르는 중국집을 가지 않는다. 이미 A 중국집은 블로그도 저 뒤로 밀려버린 곳이지만, 마음이 불편해진 상황에서 결국 나는 내가 가장 애용하던 맛집을 잃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참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