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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26. 2021

외면하면 편하고, 대면하면 불편하다

너도 아는 불편한 진실

OCN에서 방영한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에서 박중훈이 이런 말을 했다. 


“외면하면 편하지? 대면하면 불편하고…….”

  강렬한 대사에 순간 머릿속이 멍했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떠나서 대사 하나만으로 참 많은 생각하게 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의 충고는 매번 같았다. 그냥 있는 것에만 충실하고,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인 업무에만 충실해야지, 주변을 신경 쓰다 보면 일을 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당장 내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잘 모르는 사회복지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끝이 아닌 것처럼. 업무만 충실하게 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다. 

  아무리 업무 능력이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라지만, 커피와 야근이 중독인 사람이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치부할 수 있을지. 그것은 비단 사회복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신규직원이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업무로 실수가 잦을 수 있다. 그리고 선배 직원 또한 지나온 일들이기에 무감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새로운 직원에게 몰아주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 

  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지난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 사유로 치부되었지만, 업무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버겁다고 이야기도 했으며, 한없이 우울한 마음에 타인과의 대화도 거부했다. 식욕도 없는 가운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서 술을 먹고서야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 번 망가진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준 동기와 선·후배들이 있지만, 지극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날 바라본 사람들도 존재했다. 사람이라는 것은 원래 자신이 하는 일은 힘들다. 그렇기에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비교적 평가절하를 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본인보다 약한 사람에게 참 가혹하다.

  본인이 오고 싶지 않은 이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안전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으로는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동료 선·후배로서는 그 마음이 불편하길 바란다. 단순하게 외면하면서 편했던 지금까지의 현실 속에서 본인의 옆을 한 번 바라보고 불편하면 좋겠다.

  적어도 사회복지를 그 업무로 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이 아닌 주변에 동료를 챙겨보길 바란다. 민원인의 고통은 본인 일처럼 들어주면서도, 막상 업무로 고통받는 신규직원에게는 모든 책임을 미루는 행동들이 있기에 이 글을 쓰게 하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난 대사를 조금 바꿔보고자 한다. 


“외면하면 불편하고, 대면하면 편하다.” 


이 말은 아마도 평생 내가 품고 가야 할 대사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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