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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하는 사랑 말고 진짜 사랑(1)

40대에 재정의 하는 '사랑' 그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개념에 대하여

by 요다멜리

가수 이효리가 정재형의 유튜브에 나와서 말했다.


"내 진짜 꿈은 진짜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스크린샷 2025-11-12 164556.png (요정재형: https://youtu.be/50o6lPVdlnQ?si=fWbk-StjtSAMq5Cc)


진짜 사랑? 그럼 가짜 사랑이 있다는 건가? 매일같이 사랑한다고 쉽게 말해왔는데 새삼스럽게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자문해 보았다. 떠오르는 질문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사랑한다고 말로는 많이 하는데 그 마음이 진짜 사랑이 맞는 건지, 진짜 사랑한다는 건 그 본질이 어떤 건지


둘째, 굳이 '사랑'이라는 게 꼭 필요한 건가? 왜? 왜 다들 '사랑, 사랑' 하는 건데?


셋째, 자식을 키우는 어미로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진짜 사랑'이 맞을텐데 그 사랑을 받는 우리 아이들도 '우리 엄마는 나를 사랑해'라고 느끼고 있을까. 사랑이 느껴질 수 있게 제대로된 방법과 표현으로 사랑하고 있을까


넷째, 나도 사람들을 진짜 사랑할 수 있을까. 타인을 사랑하기에 앞서, 그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가능할까.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는데 그건 또 왜,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사랑'에 대한 나의 고민과 성찰은 시작되었다. 쌀을 씻고 밥을 하다가도, 아이에게 버럭 화가 날 때에도, 남편에게 서운함이 생길 때에도 불쑥불쑥 '사랑'에 대한 질문들이 튀어나왔다.


사랑이란? 난 사랑이라 말하고, '친절', '호기심', '존중', '수용'이라 읽는다


대학 때 나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을 정말 감명깊게 읽었고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 떠들고 다니곤 했다. 소유로서의 사랑과 존재로서의 사랑이 있다는 것, 독립된 개체로서 상대를 인정하고 '빠지는(falling) 사랑'이 아닌 능동적으로 '주는(giving) 사랑'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신선했고 가슴을 울렸다. 그만큼 나는 존재로서의 온전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이 책들은 20대의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감명을 주기는 했지만 실제 삶으로 연결되기에는 여전히 모호하고, 연결고리가 부족했다.


'사랑'이라 말 자체가 너무 애매해고 포괄적이다. '사랑'이라는 말 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양식을 알아차리기가 매우 힘들다. 뭉뚱그려진 표현이고, 그래서 저마다 해석도 다 다를 수 있다.


40대가 된 나에게 '사랑'이란 친절함과 애정어린 호기심, 상대에 대한 존중, 수용이라 해야 좀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좀 더 친절하게 대하기,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고 알아차리고, 존중해 주기, 상대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라고 바꿔 말하면 '사랑'이 좀 더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 '사랑의 기술'에서는 자신의 진심과 시간을 주는 것(giving)이 '사랑'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정보와 SNS에 정신을 빼앗기는 시대에 특히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매 순간 내가 상대에게 내 집중력과 관심을 온전히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사랑을 확인하는 좋은 척도가 될 것 같다. 상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비판적인 시각을 접어두고 온 마음을 다해 상대를 살피고, 말에 귀기울여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요즘 가장 내가 실천하고 싶은 사랑이다.


하나 더, 사랑에 대해 알아보다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선택과 행동의 방향성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가 사랑을 판단하는 것이지 뜨거운 감정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Love is more about what you do, not about what you feel. It means, love is defined not by the intensity of emotion, but by the consistent orientation of one’s actions toward the growth and well-being of the other person.


굳이 왜 우리는 '사랑'해야 하는가? 사랑도 시스템 아닐까?


그렇다면 두번째 질문, 굳이 우리는 왜 사랑해야 하는가.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굳이 '사랑'까지 해야 되느냐 말이다. 특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결국 인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나는 '사랑'이라는 것도 하나의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학자 중에도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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