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기야! (自己)
(내가 말하는 '자기'는 '그 사람 자신'을 뜻하는 단어야.->이제 이 말은 다음편부터 생략해도 되겠지?^^)
아~너무 오랜만이다! 그치?
뭐 하느라 늦었냐고?
밥하고 일하고 또 밥하고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할게.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바쁨에 취해있었어.
사람들이 만나자고 해도 바쁘다고 안 만나고
엄마가 얼굴 좀 보자고 해도 바쁘다고 못 가고
한 번씩 연락 오는 사람들도 이제는 당연히 "많이 바쁘지?"라는 말로 물어오더라.
'바쁘다'는 말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어.
(쉿! 비밀인데, '바쁘다'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잖아~)
바쁨에 취해,
나사 하나 풀린 듯 정신없어 보이는 내게
글쓰기 선생님이 책을 권해주시더라.
미하엘 엔데의 <모모> 였어.
근데 무의식에선 반항하고 싶었던지, 첫 장부터 드~럽게 안 읽히더라.
일주일을 방치하다가 어느 날 읽게 된 거야.
책을 받아들인 순간,
글쎄 이틀 만에 다 읽었어.
그리고 글쓰기 선생님께 독후감을 썼지.
(책에서 감명받은 내용은 마지막에 살짝 적어둘게!)
선생님으로부터 짧은 카톡이 왔어.
"글 쓰다 보면 늘 슬럼프가 생김.
스스로 컨디션 조절 잘해야 글 쓰기에 성공할 수 있어요.
글쓰기는 혼자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자기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 줄의 글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음.
세상에 안 바쁜 사람 없음.
허나 바쁘다고 생각하면 더 바빠지고, 여유를 가지면 여유가 생김.
그게 인생임."
살면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꼭 누군가 나타나 뼈 때리는 소리든, 위로든 해주더라.
그게 피와 살이 되었어.
오늘 자기는 뼈 때리는 말을 들었어? 아님 했어?
아무튼 우리는 언제나 주고받고 있으니 멋진 거 주고 멋진 거 받읍시다!
그리고,
난 이제 안 바빠.
내게 주어진 시간이 풍요롭다고 생각하니 같은 일을 해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
바쁘단 말은 잠시 접어둘게.
안녕! 또 봐~ 자주 올게!
<모모>중에서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내게 글쓰기가 그랬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 서두르게 되었고 긴장되고 불안했다.
그런 내게 베포 할아버지는 다시 일러준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나는 그의 말을 통해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하는 것, 한 걸음 한 걸음 호흡하며 나가는 것!’ 말이다.
내게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나 적재적소에 가장 알맞은 해답이 찾아온다.
마치 책과 공명하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