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공용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된 테이블에는 내 맞은편과 그 옆자리 딱 두 군데만 남아 있었다. 맞은편 옆자리, 즉 대각선에 어떤 사람이 앉았다. 책을 보고 있는 내 시야에 배가 이상하리만큼 불룩 튀어나온 모습이 보여 고개를 들었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40대 초반 정도의 여자분이었다. 아이는 잠들었는지 조용했고 그 어머니는 지친 모습이었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참 빠져 읽었다. 맞은편 의자에 누군가가 쾅하고 가방을 내려놨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더라도 들을 수밖에 없는 크기의 소리였다. 검정 재킷을 입고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토르 망치처럼 의자에 쿵하고 내려놓고는 커다란 방패 같은 아이패드와 전공서적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카페가 독서실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은 자유지만,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눈총을 주는 행위를 옹호하긴 싫다. 다만, 카페가 공공장소임을 잊는 사람들도 있다. 독서실처럼 무조건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은 아니지만, 내 집 안방처럼 마음껏 큰소리로 떠들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자리에 가방을 쿵하고 내려놨던 사람은 커피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더니 본격적인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최신 사양의 아이패드(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를 타락탁탁탁 소리 내며 펼쳐놓고, 커피를 놓고, 영어가 가득한 전공서적을 펼쳐놨다. 공용 테이블은 함께 쓰는 곳이기에 넓지만, 스스로 한정된 공간을 사용하는 게 도리이다.
그 사람의 아이패드와 전공서적 덕에 옆에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의 테이블 공간이 물에 잠겨 작은 섬이 되어버린 대륙처럼 빠르게 협소해졌다. 나는 그 장면을 빤히 쳐다봤다.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은 조심히 자신의 섬 위에 놓여있는 톨 사이즈 커피를 테이블 끝으로 치웠다. 가져왔다기보다는 치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이패드와 전공서적은 그 자리를 당연하다는 듯 잠식해갔고 테이블 끝까지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을 몰아세웠다. 그리고는 아이패드를 쳐다보면서, 애플 펜슬을 돌리면서, 전공서적에 줄을 치면서 할 일을 했다. 당연하다는 듯. 당신은 좀 비켜달라는 듯. 지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설사 그녀가 핵 발사 단추를 쥐고 있었다 하더라도 내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작은 행동들이 겹쳐 아이와 그 어머니를 하찮게 만들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채 5분이 되지 않아 그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자신의 작은 섬 위에 애처롭게 떠 있던 커피를 일회용 잔에 옮겨 담은 뒤 밖으로 나갔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전공서적과 커피를 툭 밀어 남은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나는 책을 덮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톨 사이즈만큼의 작은 공간도 두 사람(아이와 어머니)에겐 허용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