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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Jun 27. 2019

#28. 의자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퇴근 후 집에 있는 컴퓨터로 2시간 내내 총질하는 액션 영화를 보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며칠째 통증이 있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영화 속 주인공은 바닥에 처박히고, 통유리에 던져지고, 총을 맞아도 ‘윽’ 소리 한 번에 잘도 일어나던데 나는 왜 이럴까. 방금 본 저건 영화니까 하며 나를 달랬지만, 허리의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구겨진 종이가 서서히 펴지듯 천천히 허리를 폈다. 그리곤 선 채로 울었다.


 누군가 건네는 괜찮냐는 말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날 울게 되는 때도 있다. 평범한 날에 말이다.


 옆으로 누워서 울면 슬픔이 고이는 기분이다. 벽 쪽을 향해 누워야 한다. 벽과 나 그리고 바닥이 삼각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천장을 바라본 자세로 누워 울면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귀를 적시고 베개를 적신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감정들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벽을 바라보고 몸을 조금 기울인 채 옆으로 누워 울어야 한다(베개는 몰라도 귀는 젖지 않는다). 딱딱하게 뭉친 감정들이 천천히 흘러나오면 바닥과 나와 벽이 삼각형이 되어 잠시 막아두는 것이다. 그러다 조금씩 흘려보낸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선 채로 울어보니 눈물이 가슴과 발 또는 바닥에 떨어졌다. 눈물이 발에 닿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죽지 않았고 영화에선 죽어 마땅할, 현실에선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을 엑스트라들은 수없이 죽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소중한 사람을 영화관에 데려가 저기 저 장면에서 죽는 사람이 나라고 남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을까.


 우리는 어떤 자세로 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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