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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Jun 20. 2019

#27. 평일에는 팔고 주말에는 씁니다

 일주일에 5일은 파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살아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거나 가본 적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글을 가지고 회의를 합니다. 심지어 영영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글도 있죠. 분쟁 지역에 살거나, 제가 가진 휴가와 돈을 다 써도 가기 어려운 곳에 살고 있거나, 이미 죽었다던가 하는.


 원고가 들어오면 시장을 조사하고 비슷한 책을 냈던 출판사 사람들에게 문의하기도 합니다. 여러 논의를 거쳐 출간이 결정되면 책의 콘셉을 정합니다. 이후 많은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을 출간하죠. 저는 책이 나오기 꽤 이전부터 관여하는 셈이지만, 출간 이후부터가 진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 팔아야 하니까요.

 신간이 나오면 책을 들고 각 서점의 MD들을 만나러 다니고, 오프라인 매장의 담당자들도 만나고, 사은품도 만들고, 온라인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는 일이 다양해 보여도 결국 목표는 같습니다. 책을 잘(많이) 팔아야 하죠. 물론 판매를 떠나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직업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회사에서 요구한다기보다는 스스로 부여하는 자부심입니다. ‘나는 독자들을 속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라고. 대부분 좋은 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런 다짐을 하겠지만.


 평일에는 잘 팔릴 글을 고르지만, 주말에는 잘 팔리지 않을 글을 씁니다. 만약 제 글이 회의에 올라온다면 저는 판매가 걱정된다고 말할 겁니다. 글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글의 수준을 떠나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하기에 판매를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주말의 저는 신경 쓰지 않고 씁니다. 잘 팔리지 않으면 어때요. 세상을 바꾸려는 것도 아닌데.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밖의 것이 콘셉이 되어 저에게 오는 게 아니라 저 스스로가 하나의 색깔이 되어 밖으로 나가는, 억지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넘쳐흐르는 상태이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몇몇 귀한 독자분들이(저에게 있어서)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평소 제 주위를 떠다니던 생각들을 가져와 주말에 글을 씁니다. 쓰다 보면 왜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 요즘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밖을 신경 쓰며 살다가 주말에야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오는 겁니다. 영혼을 만나는 시간이랄까요.


 평일에는 팔고 주말에는 씁니다. 무용과 유용을 따지지 않고. 작가로서 어떤 믿음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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