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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Jun 15. 2024

디카시 전시회 후기

공군사관학교 학술정보원에서 2개월 간의 디카시 전시회를 마치고 액자 40점과 방명록, 화분들을 철수했다.
그동안 많은 전시회를 했지만 이렇게 방명록을 3개나 소모한 건 처음이라는 담당자분의 말을 들으니 새삼 다녀간 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4월 17일 디카시 강연 때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객석을 꽉 채운 사관생도, 장병, 군무원분들을 보며 적잖이 감동했었다.
집에 가져온 방명록을 하나둘 펼쳐보면서, 디카시도 언젠가는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보았다.


액자를 내리고 난 뒤, 유난히 텅 빈 느낌의 전시장 벽면을 보며 문득 '연극이 끝난 후' 노랫말들이 떠오르며,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 밀려왔다.
내가 은근 여기에 마음을 많이 쏟았었던 것 같다. 왜 아니겠나...
군생활 은퇴를 결심한 후, 디카시 쪽으로 무게의 중심추가 많이 옮겨졌음을 느낀다. 얼떨결에 강의도 하나 하게 됐고,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코너 편집위원(사실 디카시 올리고, 소개하는 역할만)과, 안 하던 집안일까지 하며 '백수 과로사'라는 말의 신빙성을 몸소 입증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디카시'라는 키워드로 수많은 작품들을 찾아보곤 한다. 올해로 탄생 20주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문학이라는 기치 아래 너무 가볍게 찍고 쓴 디카시들과 기성 시들을 굳이 문학성으로 비교해 보자면, 괴리감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디카시를 폄훼하는 시선들이 존재하는 거겠지. 하물며 디카시가 당당히 예술로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려면, 작품의 완성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겠는가.

숙제를 하나 받아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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