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매일 짓밟히는
계단에서 좀
나와보려고
#화조점정畵鳥點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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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외곽 한계리라는 곳에 37년 된 염소탕집이 있습니다. 작년 어느 날 지인과 그곳에 갔었는데, 나무 계단을 오르다 발 앞에 물자국 하나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나이테 결을 거슬러 움푹 패인 옹이자국에 조금 전 내렸던 소나기 빗물이 묻었다 미처 마르지 않은 것이었는데, 거기에서 새의 형상이 보였습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야 99% 완성된 용의 그림에 눈동자 하나 점으로 그려놓으면 되는 것이겠지만, 여기엔 눈과 부리, 깃털에 발과 바위도 그려봤습니다.
그동안 말로 표현을 못했겠지만, 저 나무 감옥 속에 갇혀 얼마나 답답했을 지 상상해 봅니다. 게다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람들의 발에 얼굴을 밟히곤 했을테니 자존심도 꽤나 상했겠지요. 오랫동안 채찍에 길들여진 코끼리는 분명 자신의 힘이 더 강한 데도 인간 조련사의 채찍만 보면 옴짝달싹을 못합니다. 굴종에도 관성이 있습니다. 자신 본래의 능력을 믿고, 자유롭게 날아가라고 완전한 모습을 그려주었으니, 이젠 영靈이나마 그곳에서 벗어나 드넓은 하늘 어딘가 날아다니고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