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에서
태양의 힘을 빌어
매일 새 탑을 쌓고 또
무너뜨려왔지만
몸에 새겨진 치욕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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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대향로 특별 전시를 보러
부여박물관에 간 김에
정림사지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백제를 멸망시킨 소정방이 탑신에 새겨두고 간
치욕적인 문장들이, 1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연히 남아있습니다.
왠지 정림사지 석탑도 저 글자들이 묵형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던 차에
탑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로 쌓고 무너지길 반복하는 그림자탑...
그 반복되는 행위에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더 쓰리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