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리스토파네스보다 더 해학적인 여자랍니다

by 거울아거울아



내 뇌의 희망은 긴 수염을 가진

배불뚝이가 되는 것.

그대도 알 걸요?

그런 생각이 똬리를 틀기 시작하면

얼마나 두려워지는지.


혹 비쩍 마른 나의 몸매를

상상하시나요?

긴 수염이라 했으니 혹시 남성?


'긴 수염을 가진 배불뚝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경험'이자 '추억'입니다.








자, 지금부터 어린 시절

추억 하나 소개할게요.


참, 두 번 살라면 차라리 죽고 말지 싶은

열악한 환경에 살았던 적이 있어요.

환경이라기보단 장마가 오면

노아의 홍수처럼 똥물이 넘치는

재래식 변소가 있던, 어느 달동네의

집이라 해야 맞겠네요.

몸져누울 순 있었으니

분명 집은 맞아요.


그 집에서 저를 포함한 세 자매랑

큰 이모가 함께 살았더래요.

그럼 이 대목에서 아빠엄만 어디 가고?

이런 궁금증이 일 테죠.

그건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아리스토파네스보다 웃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되죠, 암.

그럼 이쯤 해서

본론 들어갑니다.

자, 준비하시고.



한겨울의 어느 날이었어요.

그 왜 식당에서 대용량 김장 김치

절일 때나 사용하는 커다란

갈색통 있잖아요.

색깔로 보면 벽돌이요,

모양으로 보면 재래식 특대 욕조처럼

깊고도 깊은 고무통.

그걸 부엌에 갖다 놓은 후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어요.

그러곤 그 안에 내 몸을 던졌더랬죠.

목욕한 겁니다, 거기서.

근데 슬슬 졸리더란 말입니다.

그러다 너무 어지러워 튀어나왔어요.

물론 홀딱 젖은 채였겠죠?

그러자 방에 있던 여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처럼 튀어나왔어요.

그러더니 한 여잔 갑자기 방의 창문이란

창문을 다 열고 또 한 여잔

부엌문을 열고 나머지 한 여잔

이불 같은 커다란 수건으로

내 몸을 둘러싸더니 이러는 겁니다.

'괜찮아?'

굳이 안 괜찮을 것까지야 없었지만,

어쨌든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때 전 연탄가스에 중독된 거였어요.

흠... 무사했으니 지금 이러고 있는 거겠지요.

연탄가스도 이겨낸 여잡니다, 제가.



자, 어때요?

아리스토파네스보다 웃긴가요?

에이, 그러지 말고 한번 웃어 줘 봐요.

인심 한번 크게 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