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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blue Dec 18. 2021

만달로리안과 로건

안전한 모험과 성장이 주는 고전적 즐거움


로건과 만달로리안을 공교롭게도 같이 봤다.

둘 다 어린 생명체를 지키는 어른에 대한 이야기다.

송곳의 최규석 작가를 좋아하지만 지옥은 도저히 시청할 수가 없었다. 현실의 잔혹함과 광폭한 대중을 다루는 콘텐츠는 당분간은 계속 볼 수 없을 것 같다.



판타지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는 우리에게 잊혀진 단어들이 여전히 살아있다. 꿈과 희망, 동료와 연대 뭐 그런 것들이.


만달로리안을 보면서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느꼈다. 수시로 전쟁이 일어나고 틈만 나면 어딘지 순박한 만도를 등쳐먹으려는 사기꾼들이 등장하는 위험한 세계지만 혈연이나 지연으로 묶이지 않다 못해 심지어 종족마저 다른 어린 그로구를 지켜내려는 한 만달로리안의 의지 덕분에 그곳은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한 세계였다.


더군다나 그 안전함이 만달로리안 종족 특유의 강함이 아니라 딘 자린 고유의 다정함과 순박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서 만달로리안은 연민하는 존재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얼마 만에 느끼는 고전적인 즐거움인지.

세상은 음험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한 존재의 신념과 의지는 그것을 초월해낸다는 이야기를 지켜본 다는 것은.


더디지만 아이는 주인공의 보살핌 속에 자라나고 주인공은 아이를 통해 누군가를 지켜내는 법을 배워간다. 아무도 서로를 믿지 않는 위험한 세계 안에서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듯이.



어른이란 무엇일까

딘 자린은 이미 성체였지만 어른은 아니었다. 로건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세기를 살아낸 불멸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오히려 로건은 자비에르의 보살핌을 받는 서투르고 주저하는 아이에 더 가까웠다. 그로구와 로라는 그런 그들 앞에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등장한다. 어리고 약해서 지켜주지 않으면 생존하기도 어려운 불완전한 존재들을 미처 외면하지 못한 두 사람은 각자의 세계에서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두 아이를 지켜내기로 한다.


자신의 삶을 지나 그 다음의 시간들을 생각하는 것. 자신의 감정과 성취와 역사를 넘어 다음 세대의 삶을 고민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미래의 기반으로 기꺼이 내어주는 것. 딘 자린과 로건은 결국 아이들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한다.


두 히어로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삶을 견인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현실을 떠올린다.


Don’t be what they made you.


사사로운 욕망으로 타인을 해치고 공동체를 파괴하면서도 현실은 원래 냉혹한 거라고 핑계 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잊혀진 단어들을 기억한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포기하면 안되는 가치들을.


그러니까


꿈과 희망, 동료와 연대 같은 것들을.

So, this is what it feels like.

This is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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