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lblue Feb 12. 2022

I'II be yours for sure

위로의 기초




1.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에 이끌려 어느 감독이 오은영 박사와 함께 출연한 방송을 봤다. 클립만 봐서 전후 맥락은  모르겠지만 여러 고민이 있으신 . 내용은 귀에  들어오는데 그냥 한참을 봤다. 그 분의 표정때문에. 마음에 걸려서.


2. 시간이 흐를 수록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리고 전보다 더 자주 모른 척 지나간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인 것 같다.


3. 행복하게 좀 더 자주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싶지만 안 좋은 일들을, 분노와 고통과 슬픔을 모두 완벽하게 피해 가며 살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빈도로 따지자면 후자가 훨씬 더 자주 우리를 엄습해오기마련이고.


수많은 시간들을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그것들을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밀어내거나 긍정적인 감정들로 대체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지나가기를, 될 수 있으면 현명하게 대응하기를, 그리하여 가능하면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사실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그건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지. 그냥 괜찮아지기만을, 그것만을 바랄 뿐이야.


4.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담의 기초에는 듣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종 못난 모습을 드러내고 자주 실수하며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데 꽤 많은 감정들이 단지 신뢰할 수 있는 가까운 누군가, 때로는 조금 먼 관계라 할지라도 단지 누군가가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지는 경험을 한다.


사실상 어떤 대안이나 해결법을 얻는 것도 아닌데 이유가 뭘까. 홀로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 활자에 없는 온기 같은 것. 그러니까 어떤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가, 숨을 쉬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나와 전혀 다른 독립된 개체가 단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 감각은 대체 뭘까.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다만.


5. 백예린의 square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자주 들었다. 요즘은 다시 백예린의 곡들을 듣는다.


‘무슨 일이 있든, 그 문제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너의 곁에는 내가 있을 거야’


그녀들은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고 힘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구렁텅이에 빠진 너의 곁에서

기꺼이 그 부정적인 시간들을 함께 지내겠다는 의지가,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고. 그게 가능이나 한 건지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가늠도 되지 않지만.


6. 돈을 내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들어준다는 것이 무척 희귀하고 소중한 일이 되어버리지.


7. 좀 더 자주 행복하고 좀 더 자주 즐겁기를. 그러나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듣고 고통의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를.


8. “come take my arms and go.

I'II be yours for sure”


#의식의흐름체

작가의 이전글 draf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