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루틴과 성실함으로 쌓아 올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히 민주주의와 인본주의이고 정권은 그 하위 개념이에요. 시민사회를 위해선 언론이나 정권이나 도구일 뿐이지요. 진보나 보수라는 건 그 도구들이 민주주의나 인본주의를 실천하는 방법론의 차이잖아요. 저는 그 방법론이 ‘합리적 진보’라고 보는 쪽이고, 우리 뉴스도 거기에 속해야 한다고 봤어요. ‘특정 정파 편이다, 아니다’로 논쟁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굉장히 언론 환경이 어려워졌죠. 앞으로 더 그럴 거고요. 그래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라고 할 때 ‘Legacy(유산)’는 계속 남는 거잖아요. 레거시의 가치와 의미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버리는 게 아니라 지키는 데 있어요.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건 틀린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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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촛불 이후 몇몇 정치인들, 판사들, 언론인들을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글을, 기사를 읽으며 진심으로 성공하길 기도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진영 논리에 빠져서 망가졌다. 공유했던 글이, 그 안에 담겨있던 가치가 발하던 빛은 퇴색되고 폐허가 되어 있고.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때로는 진심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거구나. 그리고 그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거구나. 공유했던 글들을 지우려다 기억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뒀다.
2. 어떤 목마름이 있다. 홀로 할 수 없다는 감각 때문에 더 동료를 찾는다. 좋은 선배가, 좋은 후배가 나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좋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떠나간다. 비전이 보이질 않고 언론에서 멀어져야 할 사람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이 바닥에서 느끼는
환멸이 아마도 큰 이유가 아닐까. 좋은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더 큰 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인적자원이 서울에 몰려 있으니.
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언론계 선배라고 생각하고 있다. 손석희 앵커에게서 고레에다 감독과 비슷한 결을 읽는다. 그건 아마도 저널리즘이라는 감각일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일정기간 이상을 깊이 들어가게 되면 이런 감각 같은 게 생기나 보다. 너무도 모호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지런한 일상의 루틴과 원칙에 충실한 성실함이 쌓아 올린 결과물. 깊이 고민하고 단순하게 실천하는 매일이 모여 만들어낸 규칙.
4.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어제의 말을 오늘 바꾸기도 하지만 역시 누군가가 일생에 걸쳐 쌓아 올린 세계관을 마주할 때마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현장에서 그 성실함과 단순함으로 쌓아 올린 시간들이 전해주는 통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그들의 활동과 결과물을 보며 매일매일. 한두 시간 강연 같은 걸로 전달할 수 없는. 사실 현역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5.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