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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Sep 12. 2024

공황장애를 겪을 때 수렁에 빠지지 않는 팁

내면의 나와 진심으로 대화할 것


이대로는 안된다고 공황으로 표현했던 나의 내면에게..

힘든 얘기를 아무렇지 않은 척하게 해서 미안해.
외로운데 씩씩한 척하게 해서 미안해.
주저앉고 싶은데 질질 끌고 가서 미안해.
너무 무서운데 의연한 척하게 해서 미안해.
원하지도 않는 걸 좋아하는 척하게 해서 미안해.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묻지 않아서 미안해.
슬프고 속상한데 억지로 웃게 해서 미안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밀어붙여서 미안해.
수치스러운데 화내서 미안해.
최고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해서 미안해.
착한 마음만 인정해 줘서 미안해.
가면을 쓰고 살게 해서 미안해.
내 마음이 편하려고 널 이용만 해서 미안해.
너를 외면해서 미안해.
널 억압해서 미안해.
널 몰라줘서 미안해.

정말 미안했어.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끌어올리려 할 때마다 애써줘서 고마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인내해 줘서 고마워. 늘 믿고 사랑해 줘서 고마워.

실패해도 괜찮아.
두려워해도 괜찮아.
무너져도 괜찮아.
못나도 괜찮아.
수치스러워도 괜찮아.
시기해도 괜찮아
미워해도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
게을러도 괜찮아.
무능력해도 괜찮아.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
네가 하는 건 무엇이든 괜찮아.

그러니까 이제 불안해할 필요 없어. 억압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항상 함께 할게. 네가 두드리는 문 소리에 놀라지 않을게. 두려워하지 않을게.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슬프게 그렇게 살자.
매 순간 함께하자.




한 달 전쯤 저에게 큰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산통이후 처음 느껴본 강한 통증과 수술 그리고 그 통증의 시간이 길어지고 병원을 오가면서 증상재발을 맞게 되었습니다. 공황이 온 것은 아니었으나(이것은 넘어섰으므로) 불편한 신체 증상이 올라오고 실제 질병의 통증들과 결합되어 정서적으로 매우 괴로운 한 달을 보냈습니다.(2단계정도) 그리고 그 고통을 감내하던 과정 중에 제 무의식 깊숙히 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뿌옇게만 보였던 길이 보이고 혼란스러웠던 모든 것이 맞춰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글은 저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합니다. 조급하고 혼란스럽고 복잡한 저의 내면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다행히 틀린 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글에는 제가 애타게 그렇게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는 열망이 서려있었습니다. 그럴싸하게 쓰고 있는 저 역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제가 조금 보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에게 이런 선물은 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글로 나를 내뱉는 것에는  확실히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글을 쓰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병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불안공식은 여기서 그만하고 새롭게 다시 쓸 예정입니다.

불안공식을 다시 읽는 것은 저 역시 모든 루틴을 방법으로만 바라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것이 연결된 느낌이 듭니다, 이 병이 왜 나에게 찾아왔는지 어떻게 이 병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지를요. 사실 19개의 글로 끝맺음을 하는 것은 저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림돌이었습니다. 마음이 바뀐 뒤에 처음으로 넘어야할 산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써놓은 글은 많으니 뭐든 하나 올리면 마음 편히 20편이나 24편처럼 그럴싸하게 완결을 하고 다음 작품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제가 이번에 깨닫게 된 것과 위배되는 선태이었기 때문에 이 글을 마지막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제가 썼던 글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냥 둘 예정입니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내용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의 바탕이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이해가 쉬운 브런치 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증상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나를 겁주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나를 괴롭히려고 왔던 게 아닙니다. 제가 한 달 전에 깨달았던 것은 이것이 전부였지만 이병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그토록 바라고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저 역시 또 다른 시작일 뿐이지만 많은 분들이 두려움에서 자유로워 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불안공식을 마칩니다.




심리치료와 인지치료를 자처해 주신 주치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마음공부 그리고 명상을 전해준 수많은 우연들과 필연들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르쳐준 공황장애 완치 커뮤니티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저를 항상 지지해 주고 기다려 준 남편과 딸(그림 작가님)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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