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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Apr 17. 2022

지금, 가족과 함께 유럽

코로나가 터졌을 때 가장 후회한 것

스페인, 포르투갈 그냥 엄마랑 같이 갈걸.
아빠랑 가까운 일본 정도는 다녀올걸.


 앞으로 2주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다름 아닌 '유럽 여행'이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유럽 여행.


 2019년 10월, 지금과 같이 내게 3개월 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던 적 있다. 그 때 나는 이제까지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 나 홀로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떠났다. 비록 그 곳에서 강도를 만나는 엄청난 일을 겪었긴 했어도, 돌이켜보면 안 좋은 일보다는 행복한 일이 더 많았기에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던 코로나가 터지고 일상 속에서 여행이 사라졌다. "와, 코로나 터지기 직전에 다녀와서 진짜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잠시, 한번도 유럽 여행을 가본 적 없던 엄마와 아빠가 생각났다. 취업하면, 돈 많이 벌면 꼭 유럽 여행 같이 가자고 했는데. 여행이 언제 재개될 지 모르게 되어버렸네. 후회가 밀려왔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냥 엄마랑 같이 갈걸. 아빠랑 가까운 일본 정도는 다녀올걸. 이제는 내가 다 가이드 해줄 수 있는데.


 그 때 그렇게 생긴 후회만 3년째였다. 다행히도 올 해부터는 엔데믹 소식이 들리더니 실제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 관련 입국 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운 좋게도 지금 나는 2주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지금이 아니라면, 가족과 함께하는 유럽 여행은 적어도 5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천 만원 남짓한 퇴직금을 또 다시 탈탈 털어,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의 유럽행 티켓을 끊었다. (아빠는 직장때문에 아쉽게도 함께 가지 못하셨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모든 여행 준비를 마쳤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좋은 숙소를 잡고, 3차 백신을 맞고, 유심 구입부터 환전, 여행 계획까지 얼추 다 마쳤다. 이제 정말 남은 건 출국 뿐이었다.


 3년 전의 그 때와 같이, 잠 들기 전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시기에 유럽 여행이 가능한 게 믿기지 않아서. 갑작스럽고 무리하게 꾸린 여행이다만, 엔데믹 오픈런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선발대가 된 것 같아서.


 물론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내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천 만원이라는 큰 돈을 한꺼번에 써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여행은 적어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들과 함께하는, 후회없는 여행이 될 것이란 거다. 부디 먼 미래에 이 시기가 나의 20대 속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4월, 아직은 조금 쌀쌀한 봄.

 나는 지금,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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