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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Jul 01. 2022

이직 후 2개월

지난 두 달이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새로운 회사에서 터를 잡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낯선 환경과 업무가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그것에 빠르게 적응하고 잘 해내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주변엔 다들 일잘러라, 내가 하는 실수 하나 하나가 돋보이는 것 같았고 안좋은 피드백이라도 듣는 날엔 수습기간에 짤리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했다.


 내게 맡겨진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 사용하는 툴, 일하는 프로세스, 인프라와 결재 방식까지 너무나 이전과 다른데 꾸역꾸역 새 틀에 나를 맞추었다.


 그 과정에서 꾸중을 들을 때도, 칭찬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나중이 되어서는 그런 채찍과 당근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이 일을 잘해내면 성장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버티게 되었다. 며칠 안 되었지만, 이제야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일한다는 프레임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태어나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밥도 안먹고, 잠도 안오고, 명치와 목이 아프고, 손발이 퉁퉁 부은 적이 딱 세번 있다.


처음 취업했을 때, 퇴사할 때, 그리고 이직 후 적응기인 지금.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나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일의 관점에서 중요한 건 “해내는” 게 아닌 “잘 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간격을 맞추는 스트레스가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처음 해보는 업무지만,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누군가 세세하게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인정받으려면 내가 따로 공부하고 고민해야 했다.  


 내가 빨리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니까. 나도 성장하지 못하니까.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3년차인 지금에서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래도, 이렇게 힘들어도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마케팅한다는 사실이 기쁘고, 앞으로 해나갈 것들이 무척 설레인다. 일단은 그거면 된 거 아닐까. 지금은 이 브랜드가 내게 주는 남다른 의미를 곱씹으며 좀 더 버텨봐도 되지 않을까. 세 달도 안 되었는데.


 지난 두 달동안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진지하게 직장인이 내 적성에 안 맞는 게 아닐까 고민도 했다. 회사를 바꾼 건 후회는 없지만 업을 바꿔버린 것에 대한 후회도 약간 했다. 그런 많은 고민과 후회를 거치며 한편으론 성장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와 고통을 다시 겪을 용기는 앞으로 없을 것 같다.


 다음 주의 나는 이번 주의 나보다 조금 더 어엿해져 있겠지. 실수가 생겨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언제나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자신이 되기를. 맞이하는 주말에 앞서 다음 주의 다짐을 미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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