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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Jul 24. 2022

직업의 크기

인생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

약 3개월 째, 새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는 나를 지켜보던 남자친구가 한마디 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에게 있어서 일의 의미가 상당히 큰 것 같아."


몇 주 전 함께 술을 마셨던 친한 언니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나는 퇴근 후에 일 생각 안하는데, 이렇게 일에 진심인 게 부러워."


 그런 말들을 듣고 나서야, 나는 일이 내 인생에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 때문에 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고, 가끔 보람을 느끼니까. 지금 하는 일에 뭐 거대한 포부나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케터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SNS 올려 보다가도 좋은 레퍼런스 있으면 저장해두고, 샤워하다가 괜찮은 아이디어 떠오르면 적어두고, 자기 전 오늘 미처 하지 못한 일이 떠오르면 굳이 마치고 자는 '직업'


 불과 3개월 전 광고를 할 때도 PT 시 컨셉 도출하겠다고 밤을 새웠고, 급박하게 쳐내야 할 일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야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 덕에 K-야근에 길들여졌다는 강점 아닌 강점을 갖게 됐지만, 그 때 역시도 너무나 힘들어서 현타를 맞기 부지기수였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직업의 크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다 다르겠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 시절부터 커리어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던 것 같다. 커리어 패스, 커리어 관리... 회사도 들어가기 전인데 왜 그리 산업군, 직업군, 브랜드를 따져가며 대외활동을 하고 공모전을 참여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과하다만,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 직장도 있는게 아닐까 라는 위안을 삼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당신에게 직업이란 얼만큼 중요한 것이냐고. 워크와 라이프를 분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있다면 너무도 좋겠지만, 혹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직업의 크기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냐고. 예를 들면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거나, 프리랜서를 하는 디자이너나 작가라던가.


그런 분들이라면, 이런 현실을 숨 쉬듯이 받아들이시냐고. 아니, 그보다 더 궁금한 건, 그렇게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의 비중을 정말 본인들이 선택한 만큼만 두고 계시냐고.


일이 인생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 좋겠는데.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푼다고 주말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삶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래서 직장인이 적성에 안맞는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멈추고, 달려오기만 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다른 인생의 부분들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워커홀릭의 삶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일에 매몰되는 삶이 불행하다 주장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냐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궁금할 뿐이다. 나같은 사람이 과연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낮추면 더 행복할지. 조금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밥벌이를 하는 방법은 없을지. 광고나 마케팅 분야 말고 나와 잘 맞는 분야가 또 있지는 않을지. 그런 분야를 찾게 되면, 내가 용기를 내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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