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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Sep 16. 2022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읽고

트레바리 무경계-호랑이 독후감, 인간의 의미

살다 보면 "나 왜 살지, 나 진짜 쓸모없다" 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 땐 노을만 봐도 허무해지고 밤이 찾아오면 한없이 우울해지곤 한다.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짜증내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내가 그렇게 다 행복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늘 좋은 순간만을 갖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갈증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갈구하는 것 같다.


선이와 철이의 대화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인류는 오랫동안 왜 외계인들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까 궁금해 했잖아?

나는 그들도 이야기 없는 의식의 세계로 이미 진화했다고 생각해.

너무 발전한 나머지 굳이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필요가 없는 거야.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오래 전에 초월했으니까.


그런데 아직 우리는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어.

아직은 나도 있고 너도 있어.

나의 이야기도 있고, 너의 이야기도 있어.


우리의 몸이 뭘로, 어떻게 만들어졌든,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인간의 언어를 쓰는 이상 민이도, 그리고 너도 당연히 이 이야기의 세계에 속해있어.


너와 나의 이야기가 아직 미완성이듯, 민이의 이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니, 이렇게 끝나서는 안 돼. 완결되지 않은 느낌이야.


나는 이 대화의 의미가 "언젠가는 완결이 나기 때문에, 우리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이다." 라고 받아들여졌다.

미숙하나마, 온통 멋지지 않을지언정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들은 끝이 난다고.


그래서 스스로의 의지로 완결 맺지 못한 삶이 슬프고 안타까운 거라고.


인간의 의미가 삶의 유한성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늘 저지르는 실수와 후회들마저 다 한 개씩의 의미는 가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닿아 퍽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겉으로는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사라져버린 인류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런 미래 세대를 상상하며 지금 우리는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과연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더 인간다워져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답다는 의미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닮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이가 민이에게 느꼈던, 나를 기억해주고 나와 함께 추억을 쌓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사랑부터

철이가 사라진 선이를 그리워했던 이유처럼, 처음 알을 깨고 나온 그 성장의 순간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의 대상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생명이든 기억이든

무언가를 애틋하게 여기고 닳지 않게끔 아까워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인간의 의미와 닮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사다난한 사회 속 나는 가끔은 흐린 눈으로 사건 사고를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가끔 그것이 내 일이 되면 한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 삶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나는 인간답게  순간들을 이겨내고  쉽게 잊어버리며 복할 수 있는  같다.


언젠가  역시도 세상에 작별인사를 하는 날이  ,  명의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지난 시간들을 회고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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