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단단해진 걸지도?
쉽게 좋아하고, 쉽게 질리는 성향이 있는 내게 맞는 일은,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성' 일이었다. 몇 개월 단위로 바짝 몰입하고 크게 오픈한 후, 사람들의 후기를 하나 하나 살펴보는 게 낙이었달까.
그러나 이런 성향에 맞는 일이라도, 점점 싫어지면 싫어졌지 일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 없었다. 지금 와서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결국 일은 나 혼자 할 수 없고 팀원, 더 나아가 파트너사들과 함께 해야 하는 건데 늘 관계 속에서 치이면 치였지 따뜻함을 느끼거나, 보람을 느낀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일이 점점 좋아지네?"라는 생각이 신기하게도 들고 있다. 운 좋게 좋은 팀을 만나 그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일하고 있기 때문일까. 예전과 같은 상황, 같은 말이라도 그걸 누가 하느냐에 따라 밉지 않고, 억울하지 않고, 되려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단 것을 알게 되었다.
피드백을 받는 건 똑같은데, 글쎄, "평가"가 아니라 "온도 맞추기"처럼 느껴진달까. "이런 이런 부분이 보완됐음 좋겠어"라는 말도 "지금은 이런 게 좋은데 앞으론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것 같아"라고 들으니 더 인정받고 싶고, 더 나를 이 조직에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달까.
행복은 즐거움의 총합이라던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지금처럼 좋은 기분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K-회사에 다니더라도 꽤 행복한 나를 그려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일이 점점 좋아지는 경험, 직장인으로서 롱런하려면 꼭 느껴봐야 하는 것 같다. 물론 다시 싫어지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롱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추후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감정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