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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an 09. 2018

멈.칫.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아이의 행동들.

한국에 돌아온 아이는 처음 어린이집의 규율과 규칙에 대해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적응과 타협을 하며 지내는 아이에게 또래의 친구가 생긴 것이 어린이 집에 가는 가장 큰 즐거움 같아 보인다. 어린이 집에서 돌아오면 무엇을 먹고 놀았는지 묻던 나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한 날엔 아이가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어린이집에서의 일은 아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식단을 받아 냉장고에 붙여놓고 확인하며, 내가 주는 간식과 겹치지 않게만 준비하고 알림장에 소상이 적힌 일상과 사진 속의 아이를 매일매일 관찰할 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음식 상품을 개발하고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사업에 대해 구상을 하려는 요즘 사건 두 가지가 발생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강도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 


하나의 사건은 토이저러스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놀잇감을 알고 싶어 토이저러스에 놀러 갔다.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한 두 개 정도는 사주고 싶단 생각을 갖고 갔었다. 약 2시간가량 아이는 우리를 이끌고 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소개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흥분하며 이야기해주었다. 게 중엔 나 역시 사고 싶은 것들도 있고 남편이나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달콤한 상품들이 넘쳐났다. 오랜 시간 동안 아이는 어떤 장난감에도 소유욕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지고 놀뿐이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작은 자동차를 선물로 줄까 고르다가 이런 내 행동이 아이를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사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그곳을 빠져나갈 땐 "다음에 다시와 놀자~! 안녕!" 하고 인사를 잊지 않는 아이에게서 "소유와 필요"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사건은 새해를 보내고 어린이집 가는 날 아침에 일어났다. 그날따라 배가 많아 고픈 건지 시리얼도 두 그릇 먹고는 빵을 더 달리고 한다. 예상 시간보다 길어져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갈 준비를 먼저 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아이를 보니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티슈를 꺼내 식탁을 닦고는 휴지통에 넣고 있었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빵부스러기가 떨어져서 깨끗이 하고 있었단다... 이건 엄마를 도와주는 거란다.

그 모습을 보니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뛰었다. 

이런 모든 것은 한 번도 설명을 해주거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도 나처럼 매일매일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이나 작업을 하고 아이를 맞이하는 날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물론 아이가 말하는 것도 대부분 귀담아듣기 어렵고 대답하기도 쉽지 않다. 


42개월이 된 아이의 언행은 대부분 우리의 칭찬에 온통 신경을 쏟는 듯 보인다. 아이를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잘못된 칭찬, 일상적인 언행과 짜증, 부모의 권력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거부를 하기 어려운 약자인 아이는 이런 우리의 만행(?)을 체화하고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자신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로써 나의 인격에도 변화와 새로움 그리고 배움이 생길 가능성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주는 강한 자극들에 무뎌지지 않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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