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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Nov 10.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무료 콘서트

모두가 아이를 키우다.

베를린에서 매주 화요일 12시에 무료로 들을 수 있는 lunch consert가 있다. 매주 테마가 달라지고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콘서트다. 20분 전 도착했지만 바로 우리 앞에서 마감이 되었다.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조금 더 서두르지 못한 우리 잘못이다. 보통 30~40분 전에 오면 들어올 수 있단다. 우리 뒤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은 오고 있었고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묘한 동질감에 위로가 되었다. 이런 우리 맘도 모르고 아이는 드넓은 공원을 하염없이 뛰어다닌다.

 

아이가 동양 꼬마라 그런 건지 이곳 어르신들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가던 길을 멈추고 오랫동안 아이를 보며 "어쩜 저렇게 예쁠 수가..."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멀리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런 여유가 조금 부럽기도 하다. 오늘도 백발과 하얀 수염을 한 할아버지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계속 바라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본인도 우리와 같이 늦어 되돌아가는 길이란다. 매우 좋은 곡들을 연주하니 다음에 또 와보란다. 그리고 나에게 또 말을 한다. 뛰어놀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모습이 너무 예쁘지 않냐고 한다. 그렇게 보인 적이 없었는데... 그분 덕에 아이의 모든 놀이는 배움이라는 것을 신뢰하게 되었다.  


다른 날 서둘러 일찍 도착하여 들어갔지만, 연주 전 사회자의 긴 설명과 베를린 답게 현대음악의 연주는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연주 30분이 지나고 아이는 다시 온몸으로 학습을 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우리의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는 비록 10분이 전부지만, 좋은 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근성과 콘서트를 대하는 청중들의 매너를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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