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m Mar 26. 2020

우리는 중이염 튜브 시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7세 중이염

코로나 19 덕분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일도 있다.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더 이상 감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많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중이염 시술에 대한 이야기는 2019년 12월 초부터의 이야기다. 

귀가 밝은 아이가 같은 이야길 몇 번을 물어보며 말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미 아이는 감기로 인한 중이염으로 항생제를 먹은 지 3주가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동네 아이 병원에서 3~4일에 한 번 꼴로 병원을 다니며 귀를 점검했지만 중이염 상태에 다른 말을 듣진 않았다. 아이의 행동에 이상을 느낀 우리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검사와 귀 검사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당장 중이염 튜브 삽입술을 하라고 했으며 A대학병원은 너무 오래 기다릴 거고 H대학병원을 우선 추천한다고 했다. 가벼운 시술이므로 시술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하기는 추천받았다.

H병원도 일주일 후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바로 시술을 하자고 한다.

아이가 열이 있으므로 전신마취에 지장이 있으니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를 보라 한다.

시술에 필요한 검사를 모두 마치고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다시 예약받은 날, 소아청소년과에선 아이가 폐렴이란다...

시술일은 다시 미뤄졌다.

나는 무력감이 찾아왔고, 진료과정에서 의심이 생기는 부분이 많아져 늦더라도 A병원에 예약을 했다.


첫 진료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난 이후였다.


우리가 만난 의사는 중이염 튜브 시술을 추천하지 않았다. 하길 원한다면 말리진 않지만 두고 볼 만한 상태라고 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시술을 바로 했지만 지켜보는 경향도 생기기에 우리가 선택하란다.

일단 아이가 전신마취를 하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었으며, 스스로 나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외부에서 인체로 무언가 삽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이 와중에 나빠진다면 시술을 불가항력적인 선택이란다.


일단은 중이염보단 우리는 폐렴을 낫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

두 곳을 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소아과도 이 곳으로 옮겨 달라 했다.

그 중간에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 우리가 얻게 된 경과는 아이의 감기 증상은 완전히 나았고, 두 귀 중에 한쪽은 완전하게 청력이 돌아왔으며, 다른 한쪽은 한 달 후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약 4개월 동안의 이야기다.


우리 아이의 경우,

감기 - 중이염 - 폐렴 - 고막이 안쪽으로 수축되며, 물이 농으로 변한 상태 - 한쪽은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임.


**

아이를 위해 내가 했던 유일한 노력은 따뜻한 물을 하루 2리터를 먹이는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지금도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자신을 더 도와준다고 믿고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찬 물을 먹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스스로 따뜻한 물을 요청한다. 오래도록 이런 습관이 들길 바란다.

**


그동안 대학병원에 대한 태도들과 아이의 병에 대한 부모와 의사의 선택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튜브 삽입술을 했다면 이 기간이 훨씬 더 줄고 우리가 병원에 가는 일도 더 줄었을 거라 생각한다.


4달은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기간이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일이 생기고 우리의 여건과 상황이 괜찮다면 아마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재에 고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