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책 선물
머리카락 자르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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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좋으니 아이와 더 놀다 오고 싶어서 책방에 가자고 했다. 오늘은 아이가 책을 고를 때 개입하는 것을 스스로 막고자 저금통에 있는 아이 돈을 같이 가지고 나왔다.
"어떤 책이든 맘 껏 골라. 네 돈이니까!”
"진짜?"
"응"
떡 집에 들러 미용실 디자이너에게 줄 간식 떡도 고르고 평소 약과 이야기를 하던 아이 것도 조금 샀다.
"엄마, 엄마도 책 골라. 내가 사줄게!"
"진짜?"
"응"
아이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내내 디자이너와 끝말잇기를 하며 신이 나 있었다. 선생님도 꺽꺽꺽 엄청 웃으시던데 즐거우셨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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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 방을 향해 갔고 아이는 두 권을 고르고 내 것도 고르게 해 주었다. 세 권의 책을 사니 만 사천 원이 남았고, 집에 가서 다시 돼지에게 주자고 했다.
"마카롱 사도 돼?"
"그럼~!"
초코 맛과 블루베리 맛을 고르니 만원 남짓 남았다.
"그래도 남았네?. 돈 쓰니까 재밌고 좋은 걸?!"
종종 돈을 쓰면 재밌고 좋다는 걸 먼저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유년 시절 왜 돈을 아껴 써야 하고 모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했는데 정작 쓰면서도 재밌다는 경험이 적었다. 왜 아끼고 모아야 하지? 재미도 없고 많아야 할 필요도 못 느끼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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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 보니, 제목이 눈에 띄었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아이가 나에게 위로하는 착각이 들었다.
서 너번 보고 싶은 책들은 소장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책을 집에 두지 않고 책 세탁을 하여 다른 책을 보는 중이다. 이 책은 읽기도 전에 미리 메모를 해버렸다.
8살 꼬마에게 책 선물을 받을 거란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다소 어리둥절하다.
'책 찢지 말고 재밌게 보라는 당부도 함께;)’
"고마워! 너의 소중한 마음과 염려 ^^"
그리고
끊임없이 쿨하게 나의 잘못을 용서해주는 너에게 늘 잘하고 싶어! 너에게도 나에게도 괜찮은 사람이 되려도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