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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Nov 28. 2021

청국장에 어떤 재료 넣으세요?

매운걸 못 먹어도 청양고추는 송송, 차돌이 들어가니까요.

어려서 종종 먹었던 청국장은 겨울이 되면 왜 생각이 나는 걸까?

신혼 초 나름 열심히 끓여 준비를 하고,

"따란~"하며 문을 열었더니...

'oh,,, my,,, G! 집에선 청국장 금지'

또르르..


약 16년 후,

"엄마 나 청국장이 어떤 건지 먹고 싶어요~"

'오예~'


청국장엔 차돌이지.

신나서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너무너무 오랜만에 사보는 청국장(콩닥콩닥),

차돌 사고, 두부 사고, 버섯들 사고

차돌이 들어가니 청양고추도

양파, 무, 호박을 샀다.


빨리 익으라고 무를 나박하게 썰고

차돌을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한 후

표고와 청국장을 듬뿍 넣어 볶았다. (설탕 반 스푼-단맛을 위함이 아닌 감칠맛을 위한 양념!)

* 차돌에서 곧 기름이 흘러나오니 기름은 따로 넣지 않는다.

(보통, 콩으로 만든 음식들은 볶아 사용하면 더 구수한 맛도 나고 특유의 비린 맛도 감소된다.)

물을 한 컵 넣고 바로 두부를 넣어 간도 들고 부들부들하게 끓인다.  

(이북식이라고 해서 부두를 손으로 뭉개어 넣으면 먹을     베어 좋은 방법이나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  모습이 전부가   같아 예쁘게 깍둑 썰어 넣었다.)


*청국장이나 막장 혹은 오랜 시간을 거치지 않은 콩장들로 찌개를 끓일 때는 1시간이 넘지 않게 끓여도 충분히 맛이 난다.

이 소리는 눈을 감고 들으면 침이 꼴깍꼴깍 박자에 맞춰 넘어간다.

끓기 시작하면 기호에 따라 김치나 깍두기 등을 겨울 김치를 추가하여 함께 끓인다.

우린 매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와 먹을 예정이므로 아쉽게도 패스...

그래도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어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준다.


어느 정도 찌개 맛이 나면(싱거우면 액젓이나 소금을 추가한다.) 나머지 채소들을(파, 마늘, 양파, 호박, 여리여리한 버섯들) 넣고 익힌다.

- 맛 대방출!

멸치 한 줌은 소고기가 들어간 국이나 찌개에 모자란 간을 탁월하게 맞춰준다. 하지만 닭고기와 돼지고기에 첨가할 경우, 전체적인 발란스가 망쳐버릴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청양고추는 마지막에 넣어주면 청양고추 다운 맛을 더 내주는 것 같다.

(아이 있는 집은 늘 그렇듯 먼저 담고^-^ 넣어주면 된다.)

집에서 끓인 찌개는 건지가 참 취향저격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은 괜찮을 것 같다."는 리뷰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의 구름과자를 종종은 괜찮을 것 같다 답했다.


각자 좋아하는 걸 늘 좋아할 순 없지만 박하게 말고 '종종'이 존재하면 가족 구성원들이 그럴싸하게 각자의 입장이 즐거운 것 같다. 이렇게 스리슬쩍 조금씩 녹녹해져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 해 준 간만에 만난 청국장에게 감사를!


남은 청국장은 언제 쓸지 모르니, 쌈장에 조금, 된장찌개 조금, 또 한 번 먹을 양을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두면 모두 이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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